"포화 상태에 다다른 국내 시장에선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생존의 해법은 바다 건너에 있다. "

이길구 한국동서발전 사장(사진)이 틈날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메시지다. 해외 사업이야말로 신규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그가 사장으로 취임한 2008년 당시 동서발전은 해외 사업 실적은 물론 관련 사업 조직조차 없었다. 이 사장은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우선 인력 재배치부터 손을 댔다. 해외 사업을 추진할 우수 인력 확보 및 육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2008년 8명에 불과했던 해외 사업 추진 인력은 3년 만에 80명으로 10배 늘어났다. 공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2009년 8월 영어 공용화 제도도 도입했다.

이 같은 인재 육성 프로그램에 힘입어 이듬해인 2009년 처음으로 해외에서 4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현재 동서발전은 8개국에서 10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개발 추진 중인 사업도 15개국,18개 사업에 달한다. 해외 사업 매출도 작년 178억원에서 올해 4882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동서발전이 지난 4월 지분 40%를 확보한 자메이카 전력공사 인수 사업은 회사의 글로벌 역량이 결집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기업 최초로 발전 및 송 · 배전을 통합한 해외 전력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으로 2027년까지 총 7조7000원의 매출과 62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자메이카의 신규 복합화력 건설사업 수주에 동서발전이 유리한 위치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동서발전은 올해 초 해외 사업 청사진을 담은 '비전 2020'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회사 전체 매출의 50%(7조500억원)를 해외 사업에서 달성한다는 목표가 포함돼 있다. 해외 사업장 파견 인력도 300여명으로 늘리고,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사업 수주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방침이다.

이길구 사장은 "해외 발전사업은 한국의 기자재와 인력을 수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라며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전력 판매를 통해 국가 가치를 높이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