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여왕'으로 유명한 마사 스튜어트가 한국을 찾았다. 현대카드가 주최하는 고객 대상 토크쇼 '슈퍼토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현대카드는 그의 살림 노하우를 담은 잡지 '마사 스튜어트 리빙 한국어판'을 독점 계약해 출판하고 있다.

그는 이중의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다.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살림 노하우를 내세우지만,동시에 그것으로 큰 돈을 벌었고 유명인들을 만나는 셀러브리티(유명인)로 떠올랐다. 14일 토크쇼 출연에 앞서 스튜어트를 만나 그의 '이중 정체성'과 여성성,사업에 대한 생각을 자세히 물어봤다.

그는 말할 때는 거침이 없었지만 동시에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한 느낌이 가득했다. 주변인을 편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인터뷰를 앞두고 꼼꼼히 화장을 고치는 모습에선 자기관리에 충실한 여성의 일생이,"여성이 집안일에 보다 자질이 있다" 등의 발언에서는 보수적인 미국 중산층의 색채가 비쳐졌다.

▼요즘은 '여성=집안일'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살림의 여왕'으로서 아쉬울 것 같다.

"좋은 가정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해도,TV 보는 시간이 늘어나도 마찬가지다. 지속 가능한,건강한 삶의 방식이 있다. "

▼한국에선 맞벌이 가정이 크게 늘면서 집안일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집안일에 더 자질이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여성이 집안일을 잘한다. 하지만 가사노동은 여성만의 것이 아니고 남성과 공동으로 분담해야 한다. 요즘 미국엔 한부모 가정이 많다. 이럴 때 가사노동은 아이도 함께 분담하는 것이 돼야 한다. "

▼집안일을 고용인에게 맡기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꼭 직접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집안일을 하는 방법만 안다면 누가 하든 간에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시킬 때도 내가 그 방법을 안다면 효율적으로 시킬 수 있다. 노하우를 알면 되는 것이다. "

▼1972년 코네티컷 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20대 후반에 뉴욕에서 증권 브로커로 일한 경험이 있다. 왜 월스트리트를 떠났나.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잘한 선택이었다. 이후 식음료제공사업(케이터링)을 시작했는데,그건 내가 파티를 무척 좋아하고 음식을 잘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

▼일과 가정의 양립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 있나.

"나는 둘 다 굉장히 좋아했다.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때는 컴퓨터가 있기 전이었다. 컴퓨터가 보편화되면서 가족,가정이라는 보금자리는 망가졌다. 시간을 아끼는 데는 도움이 됐다. 하지만 그게 시간을 '흡수'했다고도 볼 수 있다. 삶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

▼본인도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하지 않나.

"물론 즐긴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좌우하지 않는다. 정원에 닭도 키우고 양파랑 시금치도 재배한다. 가상세계보다 현실세계가 중요하다. 얼마 전에 외손녀가 생겼는데 딸에게 블랙베리와 아이패드를 주지 말라고 충고했다. "

▼사업이 위기에 몰렸다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겪었다.

"법적인 문제가 있었지만(주가조작을 지칭),무너지지 않았다. 우리의 고객들은 로열티가 강하다. 광고가 조금 줄기는 했지만 대부분 크게 궤도를 벗어나진 않았다. 미국 경제 위기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사업 방향도 듣고 싶다. 얼마 전엔 대형 바이아웃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협력관계를 맺기도 했다.

"투자고문으로 삼아 사업 확장에 도움을 받으려 한다. 블랙스톤은 앞으로 우리에게 사업을 제안하거나 잠재적 파트너를 추천하게 된다. 내 사업을 전 세계로 확장할 것이다. 블랙스톤이 이를 위한 기회를 찾고 있다. "

▼관심이 있는 사업군은 무엇인가.

"수공예에 관심이 많다. 수작업으로 장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치 있을 것 같다. 가위나 칼 같은 공구류를 만드는 것도 좋다. 외주를 주는 대신,직접 우리가 제작해서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을 위한'팻프로덕트'도 준비 중이다. 온라인 제품 판매 부문도 확대할 계획이다. "

▼제품에 본인 이름이 들어가면 부담스럽지 않나.

"루이비통,에르메스,캘빈 클라인 등은 모두 사람 이름이다. 마사 스튜어트도 크고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잡을 것이다. "

▼미국식 삶이 모든 나라에 먹히는 것은 아니다. 각 나라에 맞게 변형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이다. 나라별 특징을 담은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 멕시코와 터키에서 이미 이런 시도를 했고,한국도 곧 할 예정이다. "

▼출판부문의 대세는 디지털화다. 대응 전략은.

"출판물(마사 스튜어트 리빙)은 아이패드나 아이폰으로도 볼 수 있게 제공하고 있는데 가입자 수가 많이 늘었다. 아마존 킨들과 삼성 갤럭시 등에도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어 등 해외 번역본 판권 사업도 성장세다. "

▼'마사 스튜어트' 브랜드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통망이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오랫동안 미국의 대형 유통망인 K마트에서만 우리 제품을 판매했는데 최근 홈디포(Home Depo)로 채널을 바꿨다. 또 메이시스(Macy's) 백화점과의 파트너십도 유지하고 있다. "

▼한국 음식을 접해 봤나. 소감이 어떤가.

"오늘 점심에 불고기를 먹었다. 무척 맛있었다. 김치랑 두부조림 육개장도 있었다. 미국에서도 종종 한식을 먹는다. 오늘 점심은 특히 식판에 밥과 국그릇이 얹혀 나왔는데 인상적이었다. 색감도 풍부했고."

▼한국 여성들만의 리빙 노하우도 많은데.

"사실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한국 이민자들을 많이 알고 있고,그들의 한국식 집밥도 여러 번 맛봤다. 무척 좋게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을 더 많이 방문하고,한국의 가정에 대해 공부하려고 한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거주 공간이 좁아 '홈디자인'이 큰 사업 기회가 될 것이다. "

▼한국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관계는.

"글라스락과 같은 일부 업체들과 이미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의 전통 옷감을 봤는데,매력적이었다. 하나의 사업 분야로 염두에 두고 있다. (어디서 봤나) 신라호텔 아케이드의 김영석 한복집이었다. 천연염료로 물들인 견 제품이라고 들었다. "

▼건강 유지 비결은.

"매일 운동한다. 요가도 하고,에어로빅도 한다. "

김일규/이상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