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3일 라디오 연설에서 전관예우의 문제점을 지적한 후 공직자의 귀감으로 한 인물을 사례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 중에는 퇴직 후 훌륭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강성태 서울시립대 교수의 경우가 모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행정고시(21회) 출신으로 대구지방국세청장,국세공무원교육원장 등을 지내고 2009년 31년의 공직을 마무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강 교수가 퇴직 후 로펌이나 세무법인 등을 택하지 않고 전문성을 살려 강단에 섰다는 것 이외에 보육원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모범 사례로 그를 꼽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렇게 라디오 연설에서 각계의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이유는 뭘까.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첫 전파를 탄 것은 2008년 10월12일.지금까지 격주로 모두 67회 실시됐다. 이 대통령이 연설에서 사람의 이름을 본격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이 대통령이 "연설이 너무 밋밋하니 인물을 등장시켜 보다 현장감 있게 하자"고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 연설 주제가 정해지면 관련 비서관실과 부처에서 적합한 인물들을 고르는 작업에 들어간다.

공무원 교수 군인 농민 학생 벤처기업인 노조위원장 어린이 등 연설 등장 인물은 다양하다. 지난 1월9일 방송된 '도전하는 젊은이'주제의 연설에선 "얼마 전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공동구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물여섯 살의 젊은 기업인을 만났다"며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를 거론했다. 28세에 LCD(액정표시장치)장비 부품 업체인 비원테크를 창업한 김억기 씨,24세에 컴투스를 창업한 박지영 씨,태국 5성급 두싯타니호텔에서 VIP의전을 담당하는 하송희 씨 등을 도전하는 젊은이의 사례로 들었다.

4월3일엔 "경북 영천에 사는 안홍석 씨는 수차례 실패 끝에 좌절하지 않고 유기농법을 익혀 배 당도를 최고로 높이는 기술을 터득했고,수출 등을 통해 한 해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군인의 아내로 살아오다 이제 군인의 어머니가 된 강미령 씨의 사연을 읽고 가슴이 뭉클했다"며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들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엔 노사 모범사례를 들면서 정홍섭 발레오전장 노조위원장과 쌍용차 공동대표이사를 지낸 박영태 현 인력지원본부장(전무)을 소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무거운 주제를 놓고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곁들이면 국민에게 보다 살갑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앞으로도 연설에 '필부필부(匹夫匹婦 · 평범한 남녀)'의 이름들을 계속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