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창의적 물가 대책으로 제시한 '콜렛-헤이그 규칙' 때문에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박 장관이 취임 직후 "공공요금에 이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재정부가 공공요금을 요일별 · 시간대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17대(2004~2008년) 국회의원 시절 콜렛-헤이그 규칙을 원용한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평일에는 유료 고속도로 통행료를 절반만 받자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되면 평일이나 출퇴근 시간대에 교통 혼잡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통행료가 싼 시간대에 출퇴근 차량은 물론 출퇴근과 무관한 차량까지 몰리는 등 수요 분산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도로 통행료 요금체계는 수요 분산과 도심 혼잡 방지를 위해 콜렛-헤이그 규칙과는 반대로 평일이나 출퇴근 시간대에 더 높게 책정돼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평일이나 출퇴근 시간에 버스나 지하철 요금이 더 비싼 경우가 많다.

주로 휴일이나 낮 시간에 승용차를 끌고 다니는 운전자가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또 요금이 싼 시간대에 사용자가 몰리고 휴일 이용객이 줄어들면 고속도로나 지하철을 운영하는 공기업의 경영수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콜렛-헤이그 규칙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도로 통행료 등에 적용해온 혼잡비용 이론과 충돌한다"며 "재정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굉장히 유용한 규칙이지만 원래 과세이론이기 때문에 공공요금에 적용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 장관은 13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저소득층에 대해 사회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개선하기 위해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사업주에 대해 사회보험료를 소득에 따라 최대 절반까지 차등 경감해주는 방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질문에 "(박 전 대표가 제안한 사항을)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며 여러 고려요소를 잘 살펴 근로빈곤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대안을 검토해보겠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사회보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있어 사회 불안 요인이 되고 취약계층의 삶도 힘들게 하고 있다"며 "사회보험 지원을 위해선 상당한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정부로선 여러 가지 지원방안을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부는 올해 초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저소득근로자의 사회보험료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연말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 콜렛-헤이그 규칙

사회적 효율성과 공평성을 최적화하는 과세 방안으로 노동 관련 세율은 낮게,여가 관련 세율은 높게 매기는 것을 말한다. 이를 공공요금에 적용하면 휴일보다는 평일에,낮 시간이나 심야 시간보다는 출퇴근 시간에 도로 통행료나 지하철 · 버스요금을 깎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주용석/서보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