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브라질 채권 유망…CB·BW도 투자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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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기 한국씨티은행 PB 본부장
"요즘 재테크 시장 참 재미없죠."
씨티은행에서 100억원 이상 자산가들을 관리하는 정복기 한국씨티은행 PB본부장(48)은 최근 재테크 트렌드는 '변동성 시장'이라고 요약하며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은 정부가 부양책(5 · 1 대책)을 내놔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금값도 유가도 이제 너무 올라서 사기가 좀 그렇고요.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해도 올랐다가 빠지고,주가연계증권(ELS)은 (기대수익률을 만기보다 일찍 맞춰서) 조기 상환이 잘 되지 않고요. "
정 본부장은 "고객들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재미가 없다'고 얘기하는데 '그럼 좀 쉬시겠냐'고 하면 또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고객들을 보면 의사결정을 잘 못하고,시간이 지나서 시장이 오르면 들어갈 걸 그랬다고 후회하고,빠지면 안 하길 잘 했다고 안도한다"고 덧붙였다.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투자
정 본부장은 "요즘은 오늘 앉아서 얘기할 때와 다음주에 얘기할 때가 굉장히 다른 시장"이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시장은 두려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펀드를 예로 들었다. "과거엔 무조건 펀드에 얼마간 넣어 놓으라고 권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2008년 온 이후 코스피지수가 920까지 떨어졌는데 회복 탄력(바운싱)이 있으니까 넣어 놓으라고 하면 간단했죠." 하지만 지수가 2000을 넘은 뒤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정 본부장은 "전에는 1~2년짜리 투자를 권했다면 지금은 1~3개월 투자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가치있는 자산에 돈을 넣고 묵히는 '장기 투자'는 지금 맞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한다. "변동성에 대응하는 재테크 전략은 딱 하나입니다.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누적수익률을 높이는 전법입니다. "
누적수익 전법은 이런 식이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돈을 넣되 연 5%,10%를 기대하지 말고 1%만 올랐을 때 바로 빼고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또 다음에 값이 떨어지면 다시 돈을 넣었다가 1~2%를 먹고 빠진다. 삼성전자처럼 100만원까지 갔다가 다시 84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등락을 거듭하는 종목에 특히 적합하다.
그는 "각각의 수익률은 적은 것 같지만 연말쯤 뒤돌아봤보면 이런 식으로 투자했을 때 최종 누적수익률이 더 높다"며 "부자들의 경우 이런 식으로 올 상반기에 연 수익률 기준 20~25%를 달성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 경우 펀드 수수료는 통상 선택하는 후취보다 선취 쪽이 유리하다고 그는 권했다.
◆브라질 채권 주목
브라질 등 이머징 국가의 채권도 그가 고객들에게 많이 권하는 투자 대상이다. 그는 "브라질 채권의 경우 헤알화가 강세를 띠고 금리까지 좋아서 양쪽을 다 먹으면 6개월간 17%의 수익률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작년 얘기다. 이런 수익률이 가능했던 이유는 비과세 탓이 크다.
해외 펀드 투자에 대한 비과세는 끝났지만 해외 채권 중에는 일부 비과세 대상이 있다고 정 본부장은 전했다. 국가 간 조세협정 등이 맺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비과세 효과를 보는 데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도 빠지기 때문에 이런 효과까지 감안하면 6개월간 30% 이상 수익률을 봤다고 계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브라질 채권의 표면금리는 연 9% 수준이다. 다만 투자 금액에 대한 환전세(투자액의 6%)를 내야 한다. 1년만 투자한다면 3%밖에 먹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는 "작년 상반기만 해도 환전세가 2%밖에 되지 않았는데 돈이 많이 들어와서 헤알화가 급격히 절상되니 브라질 정부가 작년 말 환전세를 대폭 올렸다"고 했다. 그는 "환전세를 아끼려면 1년보다는 2~3년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브라질과 같은 해외 채권 투자처가 또 있을까. 정 본부장은 "호주의 경우에도 비과세로 돼 있지만 금리가 낮은 편"이라며 "그리스 채권 등에 관심을 두는 경우도 있는데 리스크가 커서 권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우량 CB · BW 골라야
또 다른 변동기 투자처로 그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도 꼽았다. 채권으로 금리를 받다가 주식시장이 오르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다만 CB나 BW 시장은 우량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로 양분돼 있는데,우량 회사의 물량은 별로 시장에 돌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했다. 우량한 물건이 있다면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뜻이다.
정 본부장은 요즘 같은 시장은 '공부하는 시장'이라고도 표현했다. "작년까지는 비교적 쉬운 투자였는데 지금은 고객들 스스로가 금융 · 경제에 대한 지식을 늘려야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조건 빠졌다고 속상해 하고 올랐다고 좋아하지 말고 '왜' 이렇게 됐는지 봐야 합니다. 지금은 투자자들이 공부하기에 참 좋은 시장입니다. 이런 시기를 잘 극복하는 투자자들은 분명히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씨티은행에서 100억원 이상 자산가들을 관리하는 정복기 한국씨티은행 PB본부장(48)은 최근 재테크 트렌드는 '변동성 시장'이라고 요약하며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은 정부가 부양책(5 · 1 대책)을 내놔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금값도 유가도 이제 너무 올라서 사기가 좀 그렇고요.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해도 올랐다가 빠지고,주가연계증권(ELS)은 (기대수익률을 만기보다 일찍 맞춰서) 조기 상환이 잘 되지 않고요. "
정 본부장은 "고객들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재미가 없다'고 얘기하는데 '그럼 좀 쉬시겠냐'고 하면 또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고객들을 보면 의사결정을 잘 못하고,시간이 지나서 시장이 오르면 들어갈 걸 그랬다고 후회하고,빠지면 안 하길 잘 했다고 안도한다"고 덧붙였다.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투자
정 본부장은 "요즘은 오늘 앉아서 얘기할 때와 다음주에 얘기할 때가 굉장히 다른 시장"이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시장은 두려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펀드를 예로 들었다. "과거엔 무조건 펀드에 얼마간 넣어 놓으라고 권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2008년 온 이후 코스피지수가 920까지 떨어졌는데 회복 탄력(바운싱)이 있으니까 넣어 놓으라고 하면 간단했죠." 하지만 지수가 2000을 넘은 뒤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정 본부장은 "전에는 1~2년짜리 투자를 권했다면 지금은 1~3개월 투자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가치있는 자산에 돈을 넣고 묵히는 '장기 투자'는 지금 맞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한다. "변동성에 대응하는 재테크 전략은 딱 하나입니다.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누적수익률을 높이는 전법입니다. "
누적수익 전법은 이런 식이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돈을 넣되 연 5%,10%를 기대하지 말고 1%만 올랐을 때 바로 빼고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또 다음에 값이 떨어지면 다시 돈을 넣었다가 1~2%를 먹고 빠진다. 삼성전자처럼 100만원까지 갔다가 다시 84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등락을 거듭하는 종목에 특히 적합하다.
그는 "각각의 수익률은 적은 것 같지만 연말쯤 뒤돌아봤보면 이런 식으로 투자했을 때 최종 누적수익률이 더 높다"며 "부자들의 경우 이런 식으로 올 상반기에 연 수익률 기준 20~25%를 달성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 경우 펀드 수수료는 통상 선택하는 후취보다 선취 쪽이 유리하다고 그는 권했다.
◆브라질 채권 주목
브라질 등 이머징 국가의 채권도 그가 고객들에게 많이 권하는 투자 대상이다. 그는 "브라질 채권의 경우 헤알화가 강세를 띠고 금리까지 좋아서 양쪽을 다 먹으면 6개월간 17%의 수익률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작년 얘기다. 이런 수익률이 가능했던 이유는 비과세 탓이 크다.
해외 펀드 투자에 대한 비과세는 끝났지만 해외 채권 중에는 일부 비과세 대상이 있다고 정 본부장은 전했다. 국가 간 조세협정 등이 맺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비과세 효과를 보는 데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도 빠지기 때문에 이런 효과까지 감안하면 6개월간 30% 이상 수익률을 봤다고 계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브라질 채권의 표면금리는 연 9% 수준이다. 다만 투자 금액에 대한 환전세(투자액의 6%)를 내야 한다. 1년만 투자한다면 3%밖에 먹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는 "작년 상반기만 해도 환전세가 2%밖에 되지 않았는데 돈이 많이 들어와서 헤알화가 급격히 절상되니 브라질 정부가 작년 말 환전세를 대폭 올렸다"고 했다. 그는 "환전세를 아끼려면 1년보다는 2~3년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브라질과 같은 해외 채권 투자처가 또 있을까. 정 본부장은 "호주의 경우에도 비과세로 돼 있지만 금리가 낮은 편"이라며 "그리스 채권 등에 관심을 두는 경우도 있는데 리스크가 커서 권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우량 CB · BW 골라야
또 다른 변동기 투자처로 그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도 꼽았다. 채권으로 금리를 받다가 주식시장이 오르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다만 CB나 BW 시장은 우량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로 양분돼 있는데,우량 회사의 물량은 별로 시장에 돌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했다. 우량한 물건이 있다면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뜻이다.
정 본부장은 요즘 같은 시장은 '공부하는 시장'이라고도 표현했다. "작년까지는 비교적 쉬운 투자였는데 지금은 고객들 스스로가 금융 · 경제에 대한 지식을 늘려야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조건 빠졌다고 속상해 하고 올랐다고 좋아하지 말고 '왜' 이렇게 됐는지 봐야 합니다. 지금은 투자자들이 공부하기에 참 좋은 시장입니다. 이런 시기를 잘 극복하는 투자자들은 분명히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