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선언' 버금가는 충격…삼성 "기본 매뉴얼부터 지키자"
'먼지 쌓인 서랍 속 업무 매뉴얼부터 다시 꺼내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한 직원은 10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그룹에 만연한 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서슬 퍼런 질책이 이어진 뒤 바뀐 사무실 표정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관행적으로 넘어갔던 소소한 잘못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며 "외출 때 행선지 밝히기,점심식사 앞서 책상 치우기,프린터 사용 기록 남기기 등 업무 매뉴얼의 기본을 지키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계열사들은 이 회장이 "챙겨보고 있다"며 꺼내든 부정과 비리없는 '1급수 경영' 드라이브를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는 당시 "작은 부정이 모여서 조직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감사에서 밝혀진 삼성테크윈의 비리 부정은 직원 윤리의 기본인 행동규범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협력사로부터 제공받은 향응,법인카드의 유용 등 결국 원칙을 지키지 않은 잘못이 쌓이면서 조직의 기본이 무너졌고,이 회장의 강한 질책을 초래했다는 자성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테크윈 사태로 1993년 신경영 선언 때와 비슷한 강도로 조직 내 긴장감과 경각심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조만간 전면 감사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구매와 영업 등의 부서가 바짝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그룹 관계자는 "2년 전에도 이 회장이 조직이 느슨해졌다고 지적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위기감을 느껴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곪았던 문제가 터진 것은 회장이 정기 출근하면서 내용을 더 많이 알게 됐고 '어떻게 아직도 삼성에 이런 일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삼성 전체를 매도한다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일부 시각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삼성 계열사들은 임직원 부정 비리 에 대한 제보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임직원의 부정을 고발하는 협력업체 등의 제보가 많아지는 추세"라며 "대 · 중소기업 상생이 정부 아젠다인 만큼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