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덕분에…'조선 빅3' 도크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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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십ㆍFPSO '고부가 선박' 수주 싹쓸이
3년치 일감 확보…중견 조선사로 일감 흘러가
3년치 일감 확보…중견 조선사로 일감 흘러가
세계 9위 조선업체인 성동조선해양은 지난달 베트남 국영석유가스공사의 자회사 PTSC로부터 700억원짜리 FSO(부유식원유저장하역설비)를 수주했다. 유전 개발에 쓰이는 해양플랜트를 수주하긴 처음이다.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2013년까지 일감을 모두 받아놨다. 하반기부터는 선별 수주에 들어갈 정도다. 상위 업체들의 도크가 차면서 일감이 중견 조선사로 흘러가는 '트리클 다운 효과(낙수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미래 확보해 놓은 조선업
조선업체 사장들에게 지금이 호황이냐고 물으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말한다. 호황을 쉽게 입에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생존을 위해 저가에 수주한 선박 가운데 상당수를 지금 건조하고 있어서다.
2~3년 후 미래에 대해선 장밋빛이다.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드릴십,FPSO(부유식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유전 개발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선종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광식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위 3사는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5월 말 누계) 국내 조선사들은 총 233억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중국(59억달러)의 4배 규모다. 수주 선종이 대부분 고부가가치 선박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심해 석유 · 가스를 시추하는 드릴십만 해도 '빅3'가 총 20척을 따냈다. 사상 최대치인 2008년의 19척을 넘어섰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건조 시설이 부족해 전남 해남에 있는 대한조선의 여유 부지를 활용,제2 해양플랜트 시설을 만드는 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가 타고 수주 싹쓸이
조선산업이 제2 호황 기회를 엿보게 된 것은 고유가 덕분이다. 기름값이 비쌀수록 석유 · 가스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해양플랜트와 이를 실어나를 운반선 수요가 늘어난다. LNG선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올 들어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한 물량은 25척으로 작년 대비 5배다. 2004년 호황기 때 총 발주 물량이 연간 67척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확실히 살아나고 있는 모습이다.
LNG선은 신조(新造) 수요 외에 용선 시장도 수급이 '타이트'하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만 해도 거제 앞바다엔 수십척의 LNG선들이 계류하고 있었는데 요즘 이 배들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고유가 상황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요로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1위 해운사인 AP몰러 머스크는 지난 2월 대우조선에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발주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20척을 추가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이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