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검찰 뺨치는 감사기법, "향응 접대 받았다" 단서 잡으면
감사팀이 떴다는 소식은 임직원들에겐 거의 '공포'에 가깝다. 감사 강도가 워낙 세고 결과에 따라 대대적인 징계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대기업 감사팀의 '수사'와 '정보 수집' 기법을 경찰청이나 감사원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라는 얘기도 있다.

삼성은 계열사 경영체질 개선을 위한 정기감사 외에 비리제보가 있을 때 특별감사를 한다.

특별감사는 시쳇말로 '빡세게' 진행된다. 2004년 그룹 경영진단팀이 중국 본사 임직원들의 비리제보를 받고 기획감사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3개월여간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중국 본사는 거의 '초토화'됐다. 경영진단팀은 직위를 이용해 따로 돈벌이를 하거나 현지에서 여자 문제가 있는 직원,법인 카드로 가족 외식비를 결제한 직원 등을 색출해 면직 등 중징계를 내렸다. 2001년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피바람'이 몰아치기도 했다. 현지에 급파된 그룹 경영진단팀은 조선소 인근 유흥음식점을 돌며 임직원들의 향응 · 접대 여부를 조사해 수십 명을 중징계 처리했다.

삼성의 감사기법은 검찰을 뺨칠 정도다. 새벽에 들이닥쳐 사무실 내 모든 서랍과 컴퓨터를 뒤진다. 과거엔 감사 대상자에게 통화내역 조회동의서와 계좌 입출금내역을 제출하게 하거나 새벽까지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협력사로부터 향응 또는 접대를 받았다는 제보의 경우 유흥업소를 상대로 '탐문수사'까지 벌인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은 합법적인 수준에서 감사를 진행한다"며 "예전엔 워낙 감사를 잘하기로 소문이 나 감사원에서 한 수 배워갔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이에 못지않다. 현대차 감사실은 경영현황 점검을 위한 정기감사 외에 수시감사를 통해 임직원의 비리를 적발한다. 2008년의 일이다. 현대차에서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보유한 판매왕이 수입차를 팔던 아들을 돕기 위해 고급 수입차를 별도 매장에서 팔다가 들켜 옷을 벗기도 했다. 2006년엔 울산공장 직원 7명이 협력업체를 상대로 부품에 하자가 있는 것처럼 트집잡는 수법으로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아챙겼다가 해고당했다.

LG그룹도 정도경영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임직원들의 부정 · 비리를 종종 적발한다. 몇 년 전에는 모 계열사 구매담당 직원이 결혼식 청첩장을 협력사에 돌린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나 옷을 벗었다. 포스코는 계열사 포스코건설이 천안 하수도관 공사 입찰과 관련해 비리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후 감사를 대폭 강화했다. 정준양 회장이 직접 지시해 비윤리적 행위를 신고하면 주는 보상금을 종전 최고 5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