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경영 진단] (2) 동우대ㆍ경북과학대, 2년째 연구비 한 푼도 안써
강원도 속초시에 있는 동우대는 2007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재단으로부터 전입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2010 회계연도(2010년 3월~2011년 2월) 학교 운영수익 200억원 중 등록금이 171억원으로 등록금 의존율이 85.5%에 달하는데도 지난해 재학생 충원율은 57.3%에 그쳤다. 결국 이 학교는 2009년부터 연구비를 전혀 쓰지 못하고 있다.

부산예술대는 지난해 922만원의 기부금과 4만1160원의 전입금 수입을 얻었다. 2009년 기부금 수입은 '0원'이었다. 등록금 의존도가 83.5%이지만 재학생 충원율은 74.7%다. 940명의 학생 중 118명이 미복학 · 자퇴 등으로 중도 탈락했고 외국인 학생은 절반가량이 그만뒀다. 지난해 책정된 연구비는 한푼도 없다.

한국경제신문이 8일 23개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의 2010 회계연도 결산 공시를 분석한 결과 '학생 수 감소→등록금 수입 감소→연구 · 투자 부진→교육 여건 악화→학생 수 감소'의 악순환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개 대학은 결산보고서를 공시하지 않거나 부실 보고서를 올렸다. 이들 4개대를 뺀 19곳의 전입금 총액은 145억원으로 일반 사립대 평균인 197억원에도 못 미쳤다. 기부금 총액은 23억원으로 사립대 평균(204억원)의 9분의 1 수준이었다.

◆턱없이 적은 연구비 · 적립금

인건비나 장학금처럼 당장 필요한 수요가 아닌 연구비 상황은 더 열악했다. 지난해 연구비로 1억원 미만을 쓴 대학은 13곳이었다. 4개 대학은 연구비가 '0원'으로 사실상 연구 기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동대 경북과학대 동우대는 2년 연속 '0원'이었다.

적립금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9개 대학 중 6곳이 적립금을 한푼도 쌓지 못했다. 이 중 서남대 문경대 영남외대 주성대 등 네 곳은 2년 연속 적립금을 모으지 못했다. 지나치게 많아도 문제지만 적절한 수준의 적립금은 학교의 장기 발전계획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일정한 수준의 적립금은 학교의 기초 필수 투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적립금이 한푼도 없는 학교는 저금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과 같다"고 말했다.

◆4개 대학 결산공고 없거나 부실

사립학교법 시행령은 결산보고서를 회계연도 종료 후 3개월 내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학교는 2010년 결산보고서를 지난달 말까지 공시해야 했다. 그러나 탐라대 제주산업정보대 상지영서대는 이날까지도 공고를 내지 않았다. 탐라대와 제주산업정보대는 2009년 결산보고서도 공시하지 않았다. 이들 학교의 재단인 동원교육학원이 이사장의 횡령 비리와 내부 분란을 겪으면서 지난해 한차례도 이사회를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탐라대 관계자는 "2년째 결산보고서 승인을 받지 못했고 학교 운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지영서대는 홈페이지 공고창을 클릭하면 엉뚱한 화면이 뜬다. 선교청대(옛 성민대)는 서류를 제대로 첨부하지 않은 부실 결산보고서를 공시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공시 위반에 대한 벌칙 조항은 없고 행정 지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