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신제품 절반, 외부 아이디어로 개발…이득 된다면 敵과도 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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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 '오픈 이노베이션'
P&G '오픈 이노베이션'
세계 최대 생활용품 회사인 P&G의 창업 당시 대표 제품은 비누와 양초였다. 비누를 만들어 팔던 제임스 갬블과 양초회사를 경영하던 윌리엄 프록터가 합작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20년 프록터의 양초가 제품 목록에서 사라졌다. 전기 공급으로 양초 수요가 급감하자 시장에서 철수한 것.
이 양초가 다시 P&G의 제품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까지는 87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2007년 한 소규모 양초 제조업자가 P&G에 아이디어를 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양초 제조기술에 P&G의 공기정화 기술을 결합하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양초는 미국에서 인테리어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세계 시장규모가 1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P&G는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양초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페브리즈 캔들'을 출시했다. 방향과 탈취 기능을 갖춘 제품이었다.
P&G가 어떻게 외부 회사들과 협력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지 보여주는 한 사례다. 이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회사 전략으로 택한 사람은 앨런 래플리 CEO였다.
◆외부의 힘으로 성장의 한계 극복
GE의 제프리 이멜트,3M의 제임스 맥너니 주니어,이베이의 멕 휘트먼,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세계적인 회사들의 전 · 현직 CEO인 이들의 공통점은 초기 직장생활을 P&G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P&G가 갖고 있는 지명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런 P&G가 1990년대 말 위기를 맞았다. 성장이 정체상태에 빠진 것이다.
앨런 래플리는 2000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CEO에 오른 그는 성장정체를 극복할 대안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제안했다. "신제품의 50%는 내부 연구소로부터(from) 나올 것이며,다른 50%는 연구소를 거쳐(through)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들어가는 내부 개발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새로운 제품 절반은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를 활용해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방법으로 'Connect & Develop(C&D)'를 제시했다.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의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었다. 그는 'Connect & Develop'라는 문구가 적힌 자동차 범퍼용 스티커를 직원들에게 배포하면서 협업을 독려하기도 했다.
◆협업의 성과들
"피지로 인한 얼굴 번들거림이나 끈적임을 제거하는 기술을 찾습니다. 단 흔한 피지 제거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번들거림을 없앨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합니다. " 연 매출 80조원에 달하는 P&G 홈페이지(www.pgconnectdevelop.com)에 최근 게시된 아이디어 공모문구다. 박사급 인력 1100여명을 포함해 내부 연구 인력만 9000여명이나 되지만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아이디어를 수혈하고 있다.
이런 성과의 대표적 사례는 2004년 감자칩 프링글스였다. 밋밋한 과자에 만화나 오늘의 운세를 새겨넣어,먹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 더해 북미시장에서 히트를 쳤다. 이 제품은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먹는 잉크와 색소로 과자에 다양한 문양을 만드는 프린팅 기술을 개발한 대학 교수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주름 개선용 제품인 '올레 리제너리스트'는 프랑스의 새로운 펩타이드 기술을 이용해 20억달러짜리 브랜드로 성장한 성공사례다.
P&G가 이런 과정을 거쳐 외부와 맺은 사업협약은 1000여건에 달한다. 협업은 P&G의 성장을 이끌었다. 2001년 29억달러에 머물렀던 순이익은 외부 R&D 활용을 도입한 지 10년 만인 2010년 127억달러로 뛰어올랐다. R&D 생산성은 60% 증가했다. P&G는 이런 협업 방식을 제품의 설계와 포장에서부터 마케팅과 사업서비스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 적용하고 있다.
◆합리적인 보상과 상생
P&G가 외부로 눈을 돌려 지속적인 혁신 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부의 연구개발 인력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의 출처가 내부든 외부든 프로젝트에 관여한 직원들은 동일한 보상을 받도록 했다. 외부의 지식재산권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합리적인 대우를 한다는 방침도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가 빠르게 자리를 잡는 배경이 됐다. 상대를 협력업체가 아닌 상생을 위한 파트너로 대우한 것이다.
경쟁사와의 협력도 전향적으로 이뤄졌다. 경쟁사인 클로록스컴퍼니와 함께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합작사를 세우고,냄새 제거제 제품의 패키징 디자인을 경쟁사에 로열티를 받고 제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단기적인 손익보다는 시장의 전체적인 성장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P&G의 성공 이면에는 철저한 고객 지향적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는 매년 100여개 국가에서 500만여명의 고객과 접촉하는 시장 조사활동을 한다. 조사에만 연간 2만건에 4억달러의 예산이 들어간다. 직원들이 실제로 고객의 집을 찾아가 고객의 생활을 관찰하며,고객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깊이 있는 니즈까지 찾아낸다.
최근 국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P&G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유달내 베인 앤 컴퍼니 이사
이 양초가 다시 P&G의 제품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까지는 87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2007년 한 소규모 양초 제조업자가 P&G에 아이디어를 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양초 제조기술에 P&G의 공기정화 기술을 결합하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양초는 미국에서 인테리어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세계 시장규모가 1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P&G는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양초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페브리즈 캔들'을 출시했다. 방향과 탈취 기능을 갖춘 제품이었다.
P&G가 어떻게 외부 회사들과 협력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지 보여주는 한 사례다. 이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회사 전략으로 택한 사람은 앨런 래플리 CEO였다.
◆외부의 힘으로 성장의 한계 극복
GE의 제프리 이멜트,3M의 제임스 맥너니 주니어,이베이의 멕 휘트먼,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세계적인 회사들의 전 · 현직 CEO인 이들의 공통점은 초기 직장생활을 P&G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P&G가 갖고 있는 지명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런 P&G가 1990년대 말 위기를 맞았다. 성장이 정체상태에 빠진 것이다.
앨런 래플리는 2000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CEO에 오른 그는 성장정체를 극복할 대안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제안했다. "신제품의 50%는 내부 연구소로부터(from) 나올 것이며,다른 50%는 연구소를 거쳐(through)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들어가는 내부 개발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새로운 제품 절반은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를 활용해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방법으로 'Connect & Develop(C&D)'를 제시했다.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의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었다. 그는 'Connect & Develop'라는 문구가 적힌 자동차 범퍼용 스티커를 직원들에게 배포하면서 협업을 독려하기도 했다.
◆협업의 성과들
"피지로 인한 얼굴 번들거림이나 끈적임을 제거하는 기술을 찾습니다. 단 흔한 피지 제거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번들거림을 없앨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합니다. " 연 매출 80조원에 달하는 P&G 홈페이지(www.pgconnectdevelop.com)에 최근 게시된 아이디어 공모문구다. 박사급 인력 1100여명을 포함해 내부 연구 인력만 9000여명이나 되지만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아이디어를 수혈하고 있다.
이런 성과의 대표적 사례는 2004년 감자칩 프링글스였다. 밋밋한 과자에 만화나 오늘의 운세를 새겨넣어,먹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 더해 북미시장에서 히트를 쳤다. 이 제품은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먹는 잉크와 색소로 과자에 다양한 문양을 만드는 프린팅 기술을 개발한 대학 교수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주름 개선용 제품인 '올레 리제너리스트'는 프랑스의 새로운 펩타이드 기술을 이용해 20억달러짜리 브랜드로 성장한 성공사례다.
P&G가 이런 과정을 거쳐 외부와 맺은 사업협약은 1000여건에 달한다. 협업은 P&G의 성장을 이끌었다. 2001년 29억달러에 머물렀던 순이익은 외부 R&D 활용을 도입한 지 10년 만인 2010년 127억달러로 뛰어올랐다. R&D 생산성은 60% 증가했다. P&G는 이런 협업 방식을 제품의 설계와 포장에서부터 마케팅과 사업서비스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 적용하고 있다.
◆합리적인 보상과 상생
P&G가 외부로 눈을 돌려 지속적인 혁신 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부의 연구개발 인력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의 출처가 내부든 외부든 프로젝트에 관여한 직원들은 동일한 보상을 받도록 했다. 외부의 지식재산권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합리적인 대우를 한다는 방침도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가 빠르게 자리를 잡는 배경이 됐다. 상대를 협력업체가 아닌 상생을 위한 파트너로 대우한 것이다.
경쟁사와의 협력도 전향적으로 이뤄졌다. 경쟁사인 클로록스컴퍼니와 함께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합작사를 세우고,냄새 제거제 제품의 패키징 디자인을 경쟁사에 로열티를 받고 제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단기적인 손익보다는 시장의 전체적인 성장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P&G의 성공 이면에는 철저한 고객 지향적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는 매년 100여개 국가에서 500만여명의 고객과 접촉하는 시장 조사활동을 한다. 조사에만 연간 2만건에 4억달러의 예산이 들어간다. 직원들이 실제로 고객의 집을 찾아가 고객의 생활을 관찰하며,고객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깊이 있는 니즈까지 찾아낸다.
최근 국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P&G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유달내 베인 앤 컴퍼니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