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닷컴(대표 조규곤 · 사진)은 디지털저작관리(DRM) 소프트웨어 분야의 국내 1위 업체다. 시장점유율은 50%에 이른다.

이 회사는 네이버컴(지금의 NHN)에 이은 삼성SDS 사내벤처 2호다. 조규곤 대표(51)는 콘텐츠 산업이 활성화되면 DRM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고 봤다. 6개월의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직장 동료 6명과 의기투합,2000년 6월 창업했다.

DRM은 음악 영화 게임 등 콘텐츠를 불법 복제하지 못하도록 해주는 보안 소프트웨어의 일종이다. 해커가 전산망을 뚫고 들어오는 것을 막는 방화벽 같은 보안 솔루션과는 달리 콘텐츠 자체를 암호화시켜 자물쇠를 채워주는 기술이다.

조 대표는 1년5개월 만에 독자 기술로 DRM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음악 영화 등 콘텐츠 보안용 제품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보안 의식이 희박했던 탓이었다. 매출은 일어나지 않았고 창업 당시 자본금(10억원)은 바닥을 드러냈다. 결국 조 대표는 50명의 직원 중 절반을 내보냈다. 급기야 기업용 보안제품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기업용 제품을 개발할 운영자금을 마련하기가 막막했다. 벤처캐피털을 찾아다녔지만 모두 등을 돌렸다.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찾아간 기술보증기금이 구세주였다. 기술력만 보고 20억원을 선뜻 대줬다. 덕분에 기업용 제품을 만들 어 창업 5년 만에 흑자(9억원)를 냈다.

파수닷컴의 DRM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로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시스템즈 EMC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제품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산 제품들은 대개 30~40개 안팎의 소프트웨어만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의 경우 어도비의 PDF 파일로 만들어진 문서를 DRM 처리하지 못하는 식이다. 반면 파수닷컴은 300여개의 소프트웨어를 지원한다. 이 덕분에 삼성 포스코 롯데 히타치전기 NTT도코모 도시바아메리카 등 1000여개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이 회사는 최근 모바일 DRM 제품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오피스가 활발해지고 있는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소프트웨어 오류 분석 도구인 '스패로우'도 출시했다. 올초에는 신규 아이템 발굴을 위해 개발자 기획자 영업사원 등으로 구성된 신규 사업팀을 꾸렸다.

파수닷컴은 지난해 1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180억원이다. 2020년에는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의 반열에 오르겠다는 당찬 비전을 갖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