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 NHN 대표(48 · 사진)가 러시아의 2위 포털업체 메일닷루(mail.ru)의 사외이사가 됐다. 임기는 2년이다. 국내 기업인이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보드(이사회) 멤버가 된 것은 처음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2월 메일닷루의 대주주인 유리 밀너의 요청으로 사외이사를 맡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밀너는 러시아의 벤처 갑부로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18세기 프랑스형 대저택을 미국 주택거래 사상 최고가인 1억달러에 구입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메일닷루는 네이버 야후 등과 비슷한 포털업체로 최근 나스닥에 상장한 얀덱스와 함께 러시아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끄는 양대 포털업체다. 지난해 런던 주식시장에 상장돼 기업 가치는 70억달러가 넘는다.

김 대표는 이번에 브라질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메르카도 리브레'의 대표인 마르코스 갈페린과 함께 메일닷루의 사외이사를 맡았다. 이 회사의 9% 지분을 갖고 있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의 마틴 라우 대표도 정식 이사는 아니지만 이사와 동등한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가 밀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1월 방한한 밀너가 "한국 최고 인터넷기업 대표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다. 당시 김 대표를 1시간30분 정도 만나고 돌아간 밀너는 한 달쯤 지난 뒤 전화를 걸어와 "사외이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밀너는 메일닷루보다는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ST) 대표로 더 유명하다. DST는 세계적인 벤처 투자회사로 페이스북 징가 그루폰 등 세계적인 인터넷 업체 20여곳에 총 10억달러가 넘는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2009년 페이스북에 투자한 2억달러의 가치는 현재 5배 이상 뛰어올랐다. DST의 주요주주는 러시아의 철강 재벌이자 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2대 주주인 알리셔 우스마노프와 골드만삭스 등이다.

김 대표는 NHN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밀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는 "지난 4월 내한한 《롱테일 경제학》의 저자로 잘 알려진 크리스 앤더슨 와이어드 편집장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메일닷루의 사외이사가 됐다고 얘기하자 무척 놀라는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메일닷루의 이사회에도 김 대표가 참석했다. 이사회에는 밀너,김 대표,마르코스 갈페린,마틴 라우 외에도 메일닷루의 지분을 갖고 있는 남아프리카 최대 미디어그룹인 나스퍼스 관계자,우스마노프 측 관계자 등이 사내이사 자격으로 참여했다. 밀너는 그 자리에서 김 대표를 "한국에서 구글보다 검색을 더 잘하는 기업의 대표"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밀너는 페이스북 그루폰 등 사업성이 확실한 기업들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와이콤비네이터'라는 인큐베이터 업체를 통해 초기 단계 벤처 기업들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사업 측면에서도 NHN과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