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점심시간 무렵 서울 도심을 걷다 보면 '커피전문점의 천국'이란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게 직장인들의 공통된 얘기다. 대형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10㎡ 남짓한 소형 테이크아웃 점포까지 수많은 커피가게가 발디딜 틈 없이 붐비기 때문이다.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커피전문점이 우리나라 국민의 커피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동서식품이 최근 공개한 '한국 커피소비통계'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의 비중은 예상만큼 높지 않았다. 잔수를 기준으로 지난해 우리 국민이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신 장소는 사무실(40% · 91억2000만잔)이었다. 가정집(26% · 59억2800만잔)과 자동판매기(22% · 50억1600만잔)가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에서만 집계되는 'FSP(프리 서비스 플레이스)'가 8%(18억2400만잔)로 4위를 기록했으며 커피전문점에서 소비된 커피는 4%(9억1200만잔)에 그쳤다. 도심 대로변 건물 대부분에 파고들어간 커피전문점 커피 판매량이 아직은 사무실이나 업소 등에서 손님에게 대접하는 '공짜 커피'(FSP)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사무실이나 업소에서 간편하게 타 마시는 소비 특성 탓에 지난해 소비된 커피 228억잔 가운데 66%(150억잔)가 커피믹스였다. 커피 · 프림 · 설탕을 타서 마시는 형태인 솔루블 커피가 19%(43억잔),커피음료는 10%(22억잔)였다. 커피전문점이나 커피머신을 통해 내려 먹는 원두커피는 5%(11억잔) 내외로 추정됐다.

동서식품이 사실상 독점(지난해 시장점유율 79%)해 온 커피믹스 시장에 최근 남양유업,롯데칠성음료 등이 잇따라 뛰어든 것은 이러한 커피소비 행태와 관련이 깊다는 지적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지난해 국민 1인당 452잔의 커피를 마셨으며 잔수를 기준으로 우리 국민이 마신 음료의 절반 이상(55%)이 커피였다"고 설명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