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연초 취임 이후 강조해온 대형 투자은행(IB) 탄생을 위한 밑그림이 그려졌다. 투자은행에만 배타적으로 다양한 업무를 허용하는 당근책을 제시한 뒤 증권사들의 인수 · 합병(M&A)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증권업계를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양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메이저 · 마이너리그로 양분

정부는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 자본시장법에 특례조항을 도입하기로 했다. 일정한 자기자본이나,전문인력 · 리스크 관리체계 등의 인적 · 물적기준을 갖춘 증권사를 투자은행으로 지정해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방식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할 투자은행을 만들기 위해 금융당국은 M&A 증자 등으로 덩치를 키울 것을 적극 주문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은행의 자기자본 기준을 현재 선두권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액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정해 자본 확충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대우증권의 자기자본이 2조8500억원으로 가장 많고,삼성(2조7300억원) 현대(2조6500억원) 우리투자(2조5800억원) 한국투자증권(2조3900억원) 등이 뒤를 잇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은행으로 지정되기 위한 최소 자기자본은 4조~5조원 수준으로 훌쩍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투자은행에 기업대출 업무 허용

투자은행으로 지정되면 효율적인 IB업무 수행을 위한 토털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여신제공이 전면 허용된다. 지금은 M&A 주선 · 자문시에만 대출이 제한적으로 허용돼 다양한 IB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투자은행에 기업대출을 허용하더라도 일반 은행들과의 충돌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은행은 상업은행과 달리 예금수취(수신)기능이 없어 자금조달 비용이 비싸 일반적인 대출경쟁력에서는 밀릴 것이란 설명이다.

투자은행은 연내 출범예정인 헤지펀드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도 우선권이 주어진다. 일반 증권회사는 증권대차,매매체결 · 결제 업무만 가능하다. 헤지펀드 자금대여,펀드재산의 보관관리 등은 투자은행에만 허용된다.

투자은행에는 별도의 규제체계가 만들어진다. 여신업무 허용 등으로 위험이 일반 증권사와 차별화되는 만큼 자기자본 규모도 당연히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다른 규제 완화도 병행

투자은행만의 메이저리그를 만드는 것과 별도로 증권사들의 IB업무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조치도 준비되고 있다. 업무별로 과도하게 정해져 있는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적용기준을 완화해주는 게 우선 고려대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컨대 국고채 전문딜러(PD) 업무에 필요한 NCR이 350%로 높아 150%로 정해진 적기시정조치 기준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과도한 자본부담을 완화하는 합리적인 적용기준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이니즈월 규제도 합리화된다. IB부서에 비상장 신생기업에 대한 자기자본투자 및 블록딜을 허용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투자은행이 프라임브로커 업무 수행시는 고유재산운용 · 투자매매 · 중개업무와 신탁업무 간 차이니즈월을 없앨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다.

이 밖에 회사채 발행시 수요예측을 의무화해 투자은행 기능을 활성화시키고,공모가가 공정하게 결정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기업공개(IPO) 관련 관행도 개선키로 했다.


◆ NCR

net capital ratio.영업용 순자본비율.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증권사의 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눠 구한다. '증권사판 BIS비율'로 불린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