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노이즈 마케팅
누군가 말했다. "인물은 인물이다. " 무리도 아니다. 오나가나 한 사람 일로 떠들썩했으니.학력위조 사건 등으로 알려진 신정아 씨 얘기다. 그는 3월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자전에세이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유명인사의 실명을 거론했다.

정 전 총리의 경우 서울대 총장 시절 교수와 미술관장 자리를 제의하며 밤 늦게 자주 불러냈고,기자 출신 모 국회의원은 성추행을 시도했다는 등의 주장이었다. 모든 매체가 대서특필했다. 더러는 그것도 모자라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 관련 부문을 발췌해 실었다.

책은 발간 이틀 만에 초판 5만부가 매진되는 등 베스트셀러가 됐다. 완전 대박이다. 탁월한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노이즈 마케팅의 원리는 간단하다.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자(상품) 승리하리'다. 논쟁 내지 시비를 일으키거나 뭔가 거대한 비밀이 있는 것처럼 꾸며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후발 내지 하위 사업자가 선발 또는 1등을 겨냥한 비교 광고로 주목을 끄는 게 대표적이지만 정치인과 연예인,방송사도 심심치 않게 이용한다.

본인 부음만 아니면 무조건 언론에 나는 게 좋다는 정치인은 노이즈 마케팅의 선두주자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 보온병 폭탄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도 "학생들도 내가 누군지 알더라,다 나쁜 건 아니더라"라고 말했을 정도다.

연예인도 마찬가지.정치 ·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 튀는 발언이나 돌출 행동을 하거나 일명 기저귀 패션(초미니 원피스 속에 기저귀 같은 속바지 착용) 같은 과잉 노출로 논란을 빚는 식이다. 방송사나 영화사도 쓴다. 뭔가 '있는'것처럼 띄워 화젯거리를 만드는 게 그것이다.

MBC '나는 가수다'에 옥주현이 출연한 뒤 편집과 경연 순서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을 놓고 논란 자체가 고도의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작진은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이어지는 말썽은 어딘가 석연치 않다.

비교 마케팅의 경우 소비자를 불편하거나 지겹게 만들면 역효과를 낸다. 노이즈 마케팅도 다르지 않다. 잠시 손님을 끌 수 있을진 몰라도 계속 '낚시질'을 해대면 결국 양치기소년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은 물론 정치적 발언을 일삼는 연예인,자사 프로그램 홍보에 여념 없는 방송사 모두 같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