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도빌에서 26일부터 이틀간 열린 선진 8개국(G8) 정상회의 결과를 우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G8은 이 회의에서 민주화 혁명을 성공시킨 이집트와 튀니지의 경제 재건을 돕는 데 200억달러 이상을 지원하고 강력한 원전 안전기준을 만들자는 데 합의했다. 이 합의안은 신흥국들과의 사전 의견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들이다. 반면 G8은 유로존의 재정 위기와 국가 부채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합의도 언급도 없었다.

이들은 200억달러의 자금을 국제통화기금(IMF), 월드뱅크, 유럽투자은행 등과 G8 국가들이 분담토록 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자금 중 절반가량은 G8이 아닌 중국 한국 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내고 있다. 이들 국가에는 묻지도 않고 이렇게 큰 자금지원을 약속한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부분 국가 부채가 심각한 G8 국가가 무슨 자금으로 지원금을 낼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 이들 정상이 합의했다는 원전 안전기준도 그들의 이익만을 대변한 일방적인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원전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킨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원전 입찰 과정에도 보다 강력한 안전기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 수주경쟁에서 프랑스의 라이벌인 한국을 견제하려는 발언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프랑스 업체들은 자신들의 원자로가 한국형보다 안전성 면에서 뛰어나다고 주장해왔던 터다.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G8에 초대를 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정당성과 균형성을 잃어버린 G8만의 파티에 들러리를 서기 싫었을 것이다. G8 회의체가 정당성을 찾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제인 유럽 위기와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신흥국과 함께 논의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G8 체제를 해체하고 차라리 G20으로 흡수하면 그만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세계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논의한다는 것이 공허한 말잔치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IMF 총재직을 유로존에 맡기는 것도 적절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