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HT 산업이다] (1) 치매ㆍ췌장암도 조기 발견 DNA 분석기술 곧 나와…'9988234'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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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병장수 시대' 신성장엔진
시장 3조弗 돌파 車ㆍ통신 추월…매년 7% 성장 예약
10억 투자로 19.5명 고용 창출…타산업보다 높아
시장 3조弗 돌파 車ㆍ통신 추월…매년 7% 성장 예약
10억 투자로 19.5명 고용 창출…타산업보다 높아
2020년,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서는 등 한국 경제는 성숙 단계에 접어든다. 단군 이래 최고의 태평성대.의학 발전으로 누구나 80세까지 사는 데 별 문제가 없고 인구의 절반가량이 90세까지 장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60대 전후 대다수 '액티브 시니어'의 최대 관심사는 '9988234'.질병을 조기에 발견해 임종 직전까지 건강하게 지내다 2~3일만 아프다 삶을 마감하는 게 저마다의 바람이다.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에서 상무까지 지내고 은퇴한 '베이비부머' 김모씨(1960년생)도 환갑을 맞았다. 28세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잦은 야근과 음주,이튿날 오전 7시 전에 어김없이 출근하는 생활습관으로 딱히 아픈 데는 없어도 몸이 골골하다. 건강과 질병의 중간지대인 미병(未病) 상태이다 보니 연금과 이자소득으로 생기는 월 350만원의 소득 중 70만원 이상을 매달 건강관리비에 쓴다. 혈당 혈압 등을 실시간 체크해주는 '유비쿼터스' 헬스 시스템에 매달 20만원씩을 내고 헬스 · 스파 등을 할 수 있는 '안티에이징 센터'에 30만원,암 치매 등 최신 유행 맞춤 검진에도 20만원 가까운 돈을 쓴다. 2020년의 최소 노후생활비 예상액은 211만원,이보다 월 수입이 높은 대다수 시니어들은 생활비의 20% 안팎을 건강관리에 쓰는 데 인색하지 않다.
◆떠오르는 HT산업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2020년 미래상'은 HT(heahthcare technolnogy · 보건의료기술)산업이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지금도 HT산업은 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의약품 · 의료기기 · 의료 서비스 등 전통적 개념의 헬스케어산업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2008년 3조20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통신(2조달러),자동차(1조6000억달러) 시장과 비교할 때 각각 1.6배,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헬스케어산업이 향후 연평균 7.2%씩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2015년에는 5조2000억달러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국민의료비(보건의료 관련 상품+서비스+인프라 구축 비용)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7% 수준인 81조원으로 추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평균인 8.7%(2008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김원종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고령화가 진행되면 의료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 아래 이 비중이 10% 수준으로 평탄하게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2020년 국민의료비는 209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HT는 GDP를 올리는 데도 기여하지만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산업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말 68만4000명이 HT 분야에 종사해 2007년(56만7000명)보다 20.6% 증가했다. HT산업은 10억원 투자시 19.5명의 고용 효과를 내 전체 산업 평균인 16.9명보다 많다. 또 R&D 1조원 투자시 3조원 이상의 GDP 증가 효과를 나타내 다른 산업군에 비해 1.5~2배가량 높다.
◆고령화가 HT산업 성장 견인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수명(아프지 않고 보내는 수명)과의 격차를 줄이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발표한 '2011년 세계보건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출생아를 기준으로 한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평균 80세로 조사 대상 193개국 가운데 영국 독일 핀란드 등과 함께 20위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건강수명은 71세로 인생의 10% 남짓은 질병과 싸워야 한다. 또 대다수는 1970년대 이전만 해도 적게 먹고 혹독한 노동에 시달려 전염병 외상 등 급성질환에 취약했으나 근래에는 적은 육체노동과 과다한 영양 섭취로 성인병 암 등 만성질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조건들은 생존을 위해 질병만 치료하면 충분하던 기존 의학의 패러다임을 임종 직전까지 병을 조기 진단하고 후유증 없게 치료하는 방향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첨단 신기술이 융 · 복합된 HT산업이 부상하는 이유다. 김인철 LG생명과학 고문은 "정부가 육성코자 하는 6T(IT · 정보기술,BT · 생명공학,NT · 나노공학,ST · 우주공학,ET · 환경공학,CT · 문화콘텐츠)에서 HT가 빠져 있다"며 "HT는 IT,BT,NT의 공통분모이자 상위적 개념의 신성장엔진으로서 새롭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HT
healthcare technology. 의약품,의료기기,의료서비스를 넘어서는 포괄적 개념으로 BT(생명공학),IT(정보기술),NT(나노공학) 등이 융복합된 헬스케어상품과 U헬스(원격진료),건강관리서비스,의료관광 등 소비자 지향적으로 변화된 의료서비스를 통틀어 말한다. 기존 의료서비스가 공급자 위주라면 HT 산업은 소비자(환자) 중심이며 기존 기술과 산업을 창조적으로 융합하는 첨단 분야다. 미래학자들은 HT를 100세 장수시대를 맞아 경제 · 사회 · 문화의 변화를 주도할 핵심 분야로 꼽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