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지난해 5월10일 10년 뒤인 2020년까지 집중 육성할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했다.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발광다이오드(LED),바이오 · 제약,의료기기다. 삼성은 지금까지 태양전지를 뺀 나머지 4대 사업에 대해선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내놓았다. 신수종사업 발표 후 1년여가 지난 지금,사업별 추진 속도는 제각각이다.

가장 빨리 자리잡은 것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담당하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사업이다. LC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AMOLED는 작년부터 스마트폰에 대거 쓰이며 빠르게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2009년 삼성전자삼성SDI가 합작해 세운 SMD는 이미 전 세계 AMOLED 시장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경쟁자 없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AMOLED를 뺀 나머지 사업은 부진한 편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의 합작사 삼성LED가 맡고 있는 LED 분야는 LED조명 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딘 문제에 봉착했다. 삼성LED 관계자는 "1만원대 LED조명을 내놓고 국내외 시장을 공략 중이지만 생각만큼 시장이 빨리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가 자회사 SB리모티브를 통해 추진하는 자동차용 2차전지도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SB리모티브는 2008년 SDI가 독일 보쉬와 합작해 세웠다. 2009년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델파이에 하이브리드 상용차용 리튬이온 전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경쟁사 LG화학에 비해 속도가 뒤처진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LG화학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와 현대자동차 등을 공급처로 확보하고 지난달에는 충북 오창에 세계 최대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삼성SDI는 독일 폭스바겐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계약을 맺지 못하고 연말께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 제약과 의료기기 분야도 걸음마 수준이다. 의료기기는 올해 초 초음파 진단기를 만드는 메디슨을 인수하는 성과를 올렸으나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엔 벅차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바이오 · 제약 분야는 다른 제약회사가 주문한 것을 그대로 생산만 해주는 '의약품 위탁생산(CMO)'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돈이 되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3~5년 뒤에야 가능할 것이란 게 삼성 안팎의 관측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