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1일 만에 돌아온 외국인의 힘으로 단숨에 2090선으로 복귀했다.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주가 대비 가치) 매력이 높아진 데다 대외 악재로 가라앉았던 투자심리도 다소 살아난 덕분이란 분석이다. 씨티그룹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을 주목하고 나섰다. 다만 신흥국 인플레이션 등 악재도 여전해 외국인 순매수가 추세로 자리잡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진단이 많다.


◆56포인트 '껑충'… 단숨에 2091

코스피지수는 26일 56.04포인트(2.75%) 오른 2091.91로 마감했다. 2009년 1월28일(64.58포인트)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전날까지 열흘 연속 순매도에 나섰던 외국인은 이날 2889억원 순매수로 전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오후 들어 기관도 1382억원 동반 순매수에 나서 상승폭을 키웠다.

증시를 압박하던 프로그램 매도도 잦아들었다. 선물시장 베이시스(선 · 현물 가격 차)가 개선되면서 이날 프로그램은 1366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박정우 SK증권 연구원은 "조정이 길어지자 2050선 아래에서 저가 매수 수요가 일고 있다"며 "외국인 매도 물량이 나올 건 다 나왔고 굳이 더 팔아야 할 만큼 긴박한 상황도 아니다"고 진단했다. 특히 외국인 매도가 몰렸던 차(자동차) · 화(화학) · 정(정유) 등 주도주의 저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조정이 시작된 지난 12일 이후 화학과 운송장비 업종에 외국인 순매도 물량의 79%(25일 기준)가 몰리며 이들의 낙폭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이날 운송장비와 화학업종은 각각 5.61%와 4.26% 치솟으며 주도주 위상을 되찾았다. 현대차(5.64%) 기아차(6.70%)가 급등한 가운데 유성기업 한일이화 세종공업 등 부품주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SKC(12.98%) 코오롱인더스트리(7.73%) SK이노베이션(6.97%)도 큰 폭으로 올랐다.

◆씨티 "주가 수준 매력적…코스피지수 연말 2350까지"

대외 변수도 의미있는 변화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날 유럽 금융회사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하며 재정 리스크로 가라앉은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데다 현대차 기아차의 이달 미국 시장점유율이 10.9%에 달한 것도 실적 기대감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의 저평가 매력에 주목하고 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대표는 "실적 시즌이 끝나고 좋지 않은 경기 지표가 나오면서 조정이 지속 됐지만지수가 2000선으로 내려오면서 한국 증시 매력이 높아짐에 따라 기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등 여전히 탄탄한 펀더멘털도 부각되고 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이날 "고유가에도 일본 대지진 영향 등으로 올해 한국 기업 실적 전망치를 8% 올렸다"며 "매력적인 주가 수준을 바탕으로 연말 코스피지수는 235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19%로 높여 잡는 한편,조정이 가팔랐던 자동차와 정유 조선 태양광주를 단기 투자 종목으로 꼽았다.

한풀 꺾인 외국인 매도세가 본격적인 '컴백'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많다. 박정우 연구원은 "아직 외국인이 매수로 방향을 잡은 것은 아니다"며 "2100선을 넘기면 차익 실현 욕구가 다시 불거질 수 있어 지수는 당분간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임 대표는 "관건인 인플레이션 압박이 여름에 낮아지면 다시 이머징 시장에 돈이 들어올 것"이라며 "지수는 내달 낮아진 인플레이션 지표가 확인돼야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