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속 '베가 레이서' 탄생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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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테 남은 시간은 3개월밖에 없었습니다. 이대로는 삼성을 이길 수 없단 생각뿐이었죠. 그때부터 끈질기게 퀄컴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1.5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 '베가 레이서' 개발을 진두지휘한 팬택 기술전략본부 이응준 상무 외 관련 임원들에게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월 말 어느 날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팬택 사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삼성전자가 불과 얼마 전 스페인 MWC(모바일월드콩그래스)에서 공개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를 1GHz에서 1.2 GHz 듀얼코어로 바꾼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당초 팬택 내부에서는 갤럭시S2에 1GHz 듀얼코어가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해 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1.2GHz 듀얼코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스마트폰을 준비해왔다.
당장 비상이 걸렸다. 이 상무를 비롯한 팬택 임원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 테이블에 모였다. "삼성의 브랜드 파워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팬택만의 차별점이 있어야 하는데 동급 스펙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 팬택은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기로 했다.1.2GHz 듀얼코어를 기반으로 하던 스마트폰 개발 계획을 전면 수정해 1.5GHz로 클럭스피드를 올리기로 한 것이다.
"제품 출시 3개월 전에 1.2GHz에서 1.5GHz로 바꾸는 것은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단걸 의미했죠. 불가능해 보였지만 직원 중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어요. 그만큼 죽기살기로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거죠"
◆ 박병엽 부회장 퀄컴과 담판 1.5GHz 듀얼코어 AP칩 받아내
우선 해야할 일은 AP 칩을 공급받는 미국 퀄컴社를 압박하는 것이었다. 스마트폰에서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에 해당하는 것이 AP. 그러나 퀄컴의 상반기 라인업은 1.2GHz 듀얼코어였다.
이때부터 설득과 압박을 오고가는 긴 작업이 시작됐다. 분 단위로 쪼개진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박병엽 부회장이 직접 미 퀄컴 본사를 찾아가 담판을 졌다.
그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팬택이 퀄컴에 100% 전력하고 있는데 우리 제품을 통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술전력본부장, 마케팅 담당 임원 등도 수차례퀄컴 본사를 찾아 강하게 입장을 피력했다.
압박이 적중했던걸까, 아니면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통했을까. 난색을 표시하던 퀄컴이 마침내 팬택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혹자는 퀄컴이 팬택의 2대 주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였다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이 상무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조금 섭섭합니다. 끈질기게 찾아가 설득한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고 말했다.
칩을 무사히 공급받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칩이 바뀜으로 해서 나타날 수 있는 발열문제, 제품의 안정성 문제 등을 일일히 확인해야 하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칫 제품이 출시됐을 때 버그 논란에 시달릴 수도 있다.
"3개월 남짓한 시간동안 새로운 폰을 만들다시피 했으니 직원들 모두 밤샘 작업은 기본이었죠. 하지만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테스트들 이었기 때문에 불평불만은 없었습니다"
베가 레이서는 더욱이 팬택에서 처음으로 통신3사를 통해 내놓는 제품이었던터라 통신사의 망연동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도 세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고.
◆ 밤샘 작업 기본…회사 '살릴 놈'이란 생각에 불평없어
팬택은 또 하드웨어 스펙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하에 사용자들이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능을 베가 레이서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공공장소에서 옆사람의 시선이 부담될 때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시크릿 뷰' 기능과 홈 화면을 디지털 액자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능 등이 바로 그런 것이다.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 상 하단에 듀얼스피커를 장착해 보다 풍부한 사운드를 제공하도록 만들었다.
지난 19일 마침내 언론에 공개된 베가 레이서는 팬택의 자신감이 잔뜩 묻어났다. 1.5GHz 듀얼코어로 성능은 60% 높이고, 전력소비량은 30% 낮췄다고 팬택은 설명했다. 1GB의 DDR2 RAM 메모리를 적용해 멀티태스킹 성능을 강화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단 첫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베가 레이서가 스마트폰의 속도 경쟁을 한층 가속화시켰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팬택은 그러나 아직까지 기뻐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한다. 박 부회장조차 결과가 나오고 더 즐거운 이야기를 하자며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제품 개발을 담당했던 직원들은 "올해 회사를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모델"이라며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베가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면 베가 레이서는 회사를 '살릴 놈' '키울 놈'이라고 뿌듯해하고 있는 것이다.
팬택은 이번 제품을 국내 100만대를 포함해 글로벌 500만대까지 판매하겠다는 각오다. 결과는 오는 30일께 뚜껑이 열려봐야 알 것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세계 최초로 1.5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 '베가 레이서' 개발을 진두지휘한 팬택 기술전략본부 이응준 상무 외 관련 임원들에게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월 말 어느 날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팬택 사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삼성전자가 불과 얼마 전 스페인 MWC(모바일월드콩그래스)에서 공개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를 1GHz에서 1.2 GHz 듀얼코어로 바꾼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당초 팬택 내부에서는 갤럭시S2에 1GHz 듀얼코어가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해 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1.2GHz 듀얼코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스마트폰을 준비해왔다.
당장 비상이 걸렸다. 이 상무를 비롯한 팬택 임원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 테이블에 모였다. "삼성의 브랜드 파워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팬택만의 차별점이 있어야 하는데 동급 스펙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 팬택은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기로 했다.1.2GHz 듀얼코어를 기반으로 하던 스마트폰 개발 계획을 전면 수정해 1.5GHz로 클럭스피드를 올리기로 한 것이다.
"제품 출시 3개월 전에 1.2GHz에서 1.5GHz로 바꾸는 것은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단걸 의미했죠. 불가능해 보였지만 직원 중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어요. 그만큼 죽기살기로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거죠"
◆ 박병엽 부회장 퀄컴과 담판 1.5GHz 듀얼코어 AP칩 받아내
우선 해야할 일은 AP 칩을 공급받는 미국 퀄컴社를 압박하는 것이었다. 스마트폰에서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에 해당하는 것이 AP. 그러나 퀄컴의 상반기 라인업은 1.2GHz 듀얼코어였다.
이때부터 설득과 압박을 오고가는 긴 작업이 시작됐다. 분 단위로 쪼개진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박병엽 부회장이 직접 미 퀄컴 본사를 찾아가 담판을 졌다.
그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팬택이 퀄컴에 100% 전력하고 있는데 우리 제품을 통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술전력본부장, 마케팅 담당 임원 등도 수차례퀄컴 본사를 찾아 강하게 입장을 피력했다.
압박이 적중했던걸까, 아니면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통했을까. 난색을 표시하던 퀄컴이 마침내 팬택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혹자는 퀄컴이 팬택의 2대 주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였다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이 상무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조금 섭섭합니다. 끈질기게 찾아가 설득한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고 말했다.
칩을 무사히 공급받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칩이 바뀜으로 해서 나타날 수 있는 발열문제, 제품의 안정성 문제 등을 일일히 확인해야 하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칫 제품이 출시됐을 때 버그 논란에 시달릴 수도 있다.
"3개월 남짓한 시간동안 새로운 폰을 만들다시피 했으니 직원들 모두 밤샘 작업은 기본이었죠. 하지만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테스트들 이었기 때문에 불평불만은 없었습니다"
베가 레이서는 더욱이 팬택에서 처음으로 통신3사를 통해 내놓는 제품이었던터라 통신사의 망연동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도 세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고.
◆ 밤샘 작업 기본…회사 '살릴 놈'이란 생각에 불평없어
팬택은 또 하드웨어 스펙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하에 사용자들이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능을 베가 레이서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공공장소에서 옆사람의 시선이 부담될 때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시크릿 뷰' 기능과 홈 화면을 디지털 액자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능 등이 바로 그런 것이다.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 상 하단에 듀얼스피커를 장착해 보다 풍부한 사운드를 제공하도록 만들었다.
지난 19일 마침내 언론에 공개된 베가 레이서는 팬택의 자신감이 잔뜩 묻어났다. 1.5GHz 듀얼코어로 성능은 60% 높이고, 전력소비량은 30% 낮췄다고 팬택은 설명했다. 1GB의 DDR2 RAM 메모리를 적용해 멀티태스킹 성능을 강화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단 첫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베가 레이서가 스마트폰의 속도 경쟁을 한층 가속화시켰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팬택은 그러나 아직까지 기뻐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한다. 박 부회장조차 결과가 나오고 더 즐거운 이야기를 하자며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제품 개발을 담당했던 직원들은 "올해 회사를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모델"이라며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베가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면 베가 레이서는 회사를 '살릴 놈' '키울 놈'이라고 뿌듯해하고 있는 것이다.
팬택은 이번 제품을 국내 100만대를 포함해 글로벌 500만대까지 판매하겠다는 각오다. 결과는 오는 30일께 뚜껑이 열려봐야 알 것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