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감동하는 동화책…2011년 제1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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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속보]전집류,단행본 그림책과 동화책 등 아동도서 시장에서 신인 작가가 안착하기란 쉽지 않다.정보 공유가 빠르고 까다로운 엄마들이 이미 검증된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만 선호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예외도 있다.평론가와 작가 등 심사위원이 엄선해 아동문학상을 준 작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선다.
아동문학상 ‘2011년 제17회 황금도깨비상’이 신수현 씨(사진 왼쪽)의 《빨강연필》(장편동화 부문)과 한자영 씨의 《비야,안녕!》(그림책)에 돌아갔다.이 상은 1992년 어린이책 출판사인 비룡소가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고 국내 아동서적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만든 것.수상작은 매년 1만부 이상 꾸준히 팔리고 있다는 게 출판사측의 설명이다.수상자들은 각각 상금 1000만원과 내년에 세계 최대 국제 어린이책 박람회인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참가할 기회를 갖는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공부하고 장편영화 ‘낙타들’‘품행제로’의 조감독으로도 활동했던 신씨는 여러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쓴 적은 있지만 동화는 이번이 처음이다.《빨강연필》은 아빠와 별거하고 엄마와 둘이 사는 초등학교 5학년인 민호가 어느날 마법의 빨간 연필을 손에 넣게 되면서 벌어지는 성장 소설이다.일기나 글짓기 숙제를 할 때 연필이 스스로 종이 위를 미끄러지며 놀라운 작문을 해낸다는 사실을 발견한 민호는 이 연필로 단번에 글 잘쓰는 인기 학생으로 급부상한다.우등생이며 글짓기를 잘하는 같은 반 친구인 재규와 대결구도를 이루면서 민호는 전국 글짓기 대회까지 진출하게 되지만 점차 거짓으로 글을 쓴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하게 된다.
이 동화는 아이가 거부하기 힘든 유혹과 대결한다는 주제도 흥미롭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심리와 욕망을 다뤘다는 점에서 어른들에게도 재미와 교훈을 준다.부모와 선생님,친구와의 관계 등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점이나 스스로 판단하고 성장하는 주체로서 주인공을 묘사된 점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신씨는 “조카의 일기 숙제를 지도하다가 ‘일기는 읽는 사람을 의식해서 써야한다’는 말을 듣고 이 책을 구상했다”며 “어른들보다 솔직하고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말했다.또 그는 “창작이 중요하지 영화냐 동화책이냐 장르는 두 번째 문제”라며 “앞으로도 영역에 구분없이 작업하고 싶다”고 덧붙였다.《빨강연필》의 일러스트레이터 김성희 씨가 그림을 그렸다.9000원.
그림책 부분 수상자인 한자영 씨의 《비야,안녕!》은 화선지에 먹과 물감이 배어들 듯한 그림이 인상적이다.지렁이와 달팽이,거북이 삼총사는 비를 맞으며 나뭇잎과 연못가를 산책한다.주로 의성어와 의태어로만 쓰여졌지만 맑은 빗방울 소리와 흙내음을 전해주는 듯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1만1000원.
이번 황금도깨비상에는 아동작가 황선미·이호백 씨,시인 최승호·권혁수 씨,문학평론가 김화영·김경연 씨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