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5세 어린이의 전자파 흡수율이 20세 성인 흡수율의 1.5배에 이른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자파환경연구팀 최형도·이애경 박사는 어른과 어린이의 전자파 흡수율(SAR: 생체 조직에 흡수되는 에너지 비율)을 비교한 결과 어린이의 최대 SAR이 어른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5세 남자 어린이의 전신 평균 SAR 최대치는 124㎼/㎏, 20세 성인 남성의 전신 평균 SAR 최대치 83㎼/㎏로 측정됐다. 1세, 3세, 7세 남아의 전신 평균 SAR 최댓값은 각각 117㎼/㎏, 119㎼/㎏, 119㎼/㎏로 모두 20세 남성의 1.4배 이상이었다. 이 실험은 10㎒∼3㎓ 주파수에서 전기장 세기를 1V/m로 맞춰놓고 진행됐다. 전신 평균 SAR의 최대치가 측정된 주파수(공진 주파수)는 160㎒(1세), 130㎒(3세), 110㎒(5세), 95㎒(7세), 70㎒(20세)로 각기 달랐다. '안테나' 역할을 하는 키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짧은 안테나가 높은 주파수를 잘 잡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가운데 5세가 전자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이유는 한국 남성 중 체질량지수(BMI)가 가장 낮은 나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전자파가 인체에 해를 주는지는 명확하게 결론나지 않았다. 그러나 영장류를 포함한 동물 실험에서는 전자파 노출이 과하면 조직 온도가 올라가 각종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성인에 비해 전자파 흡수율이 높은 어린이를 위한 별도의 안전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비전리방사보호위원회(ICNIRP)는 동물실험 등을 토대로 100㎑∼10㎓ 주파수 대역의 일반인 SAR 기준을 전신 0.08W/kg, 머리·몸통 2W/kg, 사지 4W/kg로 제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자파 인체보호기준도 이 권고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ICNIRP 권고기준은 어른과 어린이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최형도 박사는 "어린이를 위한 별도의 SAR 기준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 100㎒를 전후로 한 주파수 대역과 1㎓ 이상의 주파수 대역에서는 어린이가 ICNIRP 권고치보다 많은 양의 전자파를 흡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00㎒ 전후 주파수는 FM 라디오에서, 1㎓ 이상인 1.8㎓ 및 2.1㎓ 주파수 대역은 이동통신용으로, 2.45㎓ 주파수는 전자레인지에서 사용된다. 이애경 박사는 "실제 생활에서 전신으로 권고치보다 많은 전자파를 흡수하게 될 가능성은 작다"며 "그러나 일부 주파수 대역에서는 현재 사용되는 ICNIRP 기준이 어린이에게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ETRI가 한국인 체형에 맞춰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한국인 표준인체 전신모델'을 이용해 진행됐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전파연구소와 한국전자파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2011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자파적합성(APEMC)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