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나라당이여, 정체성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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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고우면하는 기회주의 노선 팽배
건전 보수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건전 보수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나라당이 한심하다. 4 · 27 재 · 보선 패배를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대해 성찰한다고 난리를 치는데, 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하는 속언이 생각나는 것일까. 성찰을 하려면 방향과 철학이 제대로 서야 하는데,그게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기성찰을 별로 해보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값진 결과를 얻으려면 어떻게 자기성찰을 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어서일까. 하기야 자기성찰도 잘하려면 반복연습이 필요하다. 그런데 다수당이라고 자만심만 키워왔으니,실패했다고 해서 어떻게 제대로 된 자기성찰을 할 수 있으랴.
정당이라면 정치적 이념과 가치가 있는 법이다. 또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정책노선의 정당성을 떳떳하게 주장하고 국민들에게 설득과 소통을 통해 다가가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의 문제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그동안 표방해왔던 정책노선에 대해 갑자기 회의론자가 되어 의문부호를 찍으며 갈지자 걸음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수호하고 자유와 애국심,제대로 된 시장경제를 통해 번영된 나라를 이루겠다는 것이 보수적 가치가 아닌가. 그런데 한나라당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보수라는 말을 부끄러워하고 애국심이라는 말에 부담을 느낀다. 한나라당이 보수의 가치를 가벼운 것으로 만들지 않았나 치열하게 반성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적반하장격으로 보수의 가치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탓을 하고 있다. 서툰 목수가 연장을 나무라는 상황과 무엇이 다르랴.
지금은 애국심을 기반으로 삼는 젊은 P세대가 나타날 정도로 보수에 대한 분위기도 꽤 좋아졌는데,한나라당은 그 보수의 가치를 기반으로 당당하게 도약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좌고우면하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지고 보면 지난 지방선거와 이번 재 · 보선에서 패배한 것도 정체성 상실과 기회주의적 노선의 결과다. 정체성을 지키려는 일관된 노력과 주장이 있었더라면 지더라도 명예로운 패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는 한나라당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을 때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일보후퇴, 이보전진'의 상황이 될 터다. 그럼에도 권력의지에 매몰돼 이런 것을 볼 눈이 없으니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정당이 된 것이다.
하기야 한나라당은 보수적 가치에 관한 한 무임승차자였다. 보수의 가치를 등에 업고 집권했고 보수층의 두터운 지지를 얻어 다수당이 되었음에도,보수의 가치를 가꾸지도 않았고,헌법적 가치를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진정성있는 노력도 없었다. 그렇다면 보수의 가치는 재야 보수나 시민단체 및 보수지식인들만이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내면화하지 않으면서도 보수를 '집토끼'라고 하면서 기회만 되면 보수의 열매만 따먹으려고 하는 것이 한나라당이 아니었던가. 참으로 비겁한 태도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나 영국의 대처 총리를 보라.그들은 선거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일관된 태도로 건강한 보수의 가치를 표방함으로써,결국 보수를 시대정신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어떤가. 시대정신은커녕 제대로 된 한나라당 정신이라도 만들 수 있는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성찰을 한다며 가치관 교체까지 나오는 판이니 젊음을 위해 영혼을 판 파우스트가 생각난다. 물론 한나라당은 젊음이 아니라 총선과 대선승리를 위해 영혼을 팔겠다는 기세다. 하지만 한나라당에 과연 팔 영혼은 있는지 궁금하다. 애초에 권력의지만 있었을 뿐,영혼은 없었던 정당 아닌가.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절치부심의 각오없이 당명을 바꾸고 당규를 바꾸는 정도로는 보수로부터 버림을 받는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박효종 < 서울대 교수·정치학 >
그동안 자기성찰을 별로 해보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값진 결과를 얻으려면 어떻게 자기성찰을 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어서일까. 하기야 자기성찰도 잘하려면 반복연습이 필요하다. 그런데 다수당이라고 자만심만 키워왔으니,실패했다고 해서 어떻게 제대로 된 자기성찰을 할 수 있으랴.
정당이라면 정치적 이념과 가치가 있는 법이다. 또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정책노선의 정당성을 떳떳하게 주장하고 국민들에게 설득과 소통을 통해 다가가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의 문제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그동안 표방해왔던 정책노선에 대해 갑자기 회의론자가 되어 의문부호를 찍으며 갈지자 걸음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수호하고 자유와 애국심,제대로 된 시장경제를 통해 번영된 나라를 이루겠다는 것이 보수적 가치가 아닌가. 그런데 한나라당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보수라는 말을 부끄러워하고 애국심이라는 말에 부담을 느낀다. 한나라당이 보수의 가치를 가벼운 것으로 만들지 않았나 치열하게 반성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적반하장격으로 보수의 가치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탓을 하고 있다. 서툰 목수가 연장을 나무라는 상황과 무엇이 다르랴.
지금은 애국심을 기반으로 삼는 젊은 P세대가 나타날 정도로 보수에 대한 분위기도 꽤 좋아졌는데,한나라당은 그 보수의 가치를 기반으로 당당하게 도약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좌고우면하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지고 보면 지난 지방선거와 이번 재 · 보선에서 패배한 것도 정체성 상실과 기회주의적 노선의 결과다. 정체성을 지키려는 일관된 노력과 주장이 있었더라면 지더라도 명예로운 패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는 한나라당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을 때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일보후퇴, 이보전진'의 상황이 될 터다. 그럼에도 권력의지에 매몰돼 이런 것을 볼 눈이 없으니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정당이 된 것이다.
하기야 한나라당은 보수적 가치에 관한 한 무임승차자였다. 보수의 가치를 등에 업고 집권했고 보수층의 두터운 지지를 얻어 다수당이 되었음에도,보수의 가치를 가꾸지도 않았고,헌법적 가치를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진정성있는 노력도 없었다. 그렇다면 보수의 가치는 재야 보수나 시민단체 및 보수지식인들만이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내면화하지 않으면서도 보수를 '집토끼'라고 하면서 기회만 되면 보수의 열매만 따먹으려고 하는 것이 한나라당이 아니었던가. 참으로 비겁한 태도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나 영국의 대처 총리를 보라.그들은 선거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일관된 태도로 건강한 보수의 가치를 표방함으로써,결국 보수를 시대정신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어떤가. 시대정신은커녕 제대로 된 한나라당 정신이라도 만들 수 있는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성찰을 한다며 가치관 교체까지 나오는 판이니 젊음을 위해 영혼을 판 파우스트가 생각난다. 물론 한나라당은 젊음이 아니라 총선과 대선승리를 위해 영혼을 팔겠다는 기세다. 하지만 한나라당에 과연 팔 영혼은 있는지 궁금하다. 애초에 권력의지만 있었을 뿐,영혼은 없었던 정당 아닌가.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절치부심의 각오없이 당명을 바꾸고 당규를 바꾸는 정도로는 보수로부터 버림을 받는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박효종 < 서울대 교수·정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