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은 '레드 오션'(경쟁이 치열한 포화된 시장)으로 변한 것일까. 한국과 중국 화학업체들이 폴리실리콘 생산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폴리실리콘 가격이 최근 한 주 만에 10% 가까이 급락,이 같은 논란에 불을 붙였다.

◆국제 현물시세 한 주 새 9.4% 뚝

시장조사업체 PV인사이트가 20일 집계한 폴리실리콘 현물 평균 시세는 ㎏당 67.5달러로 1주일 전(74.5달러)보다 9.4% 떨어졌다. 작년 이맘때 ㎏당 50달러대였던 폴리실리콘 값은 상승세를 타면서 지난 3월 말 79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4월 들어 매주 0.5~1.5달러씩 하락했고,이번 주에 올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주저앉았다.

이 같은 가격 하락은 폴리실리콘을 주 재료로 쓰는 태양전지 업체들엔 호재다. 태양광 산업의 공급과잉 우려로 인해 최근 태양전지 가격이 크게 떨어졌지만,폴리실리콘 값은 그만큼 하락하지 않아 업체마다 원가 압박에 시달렸었다. PV인사이트 측은 "최근 태양전지 제품 가격의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태양전지 업체들이 폴리실리콘 구매가를 삭감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태양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 추가 구매를 꺼리는 등 수요 자체도 줄어들어 폴리실리콘 값이 폭락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완제품보다 원자재인 폴리실리콘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 기업 입장에선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컨설팅업체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한국 업체들은 작년 전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량 13만3000t 중 14.1%(1만8700t)를 생산했으며,올해는 17만2000t 가운데 22.1%(3만8000t)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호철 솔라앤에너지 이사는 "폴리실리콘은 현물뿐만 아니라 장기 선물계약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며 "생산기술 발달로 공급량이 크게 늘고 원가도 절감된 반면 태양광산업 자체의 수요는 유럽 선진국이나 신흥 국가들의 정책적 요인에 따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폴리실리콘 현물가격이 연말 50달러대,내년에는 40달러대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고품질…수익성 문제 없다"

태양광 업계는 이 같은 가격 하락은 이미 예견된 '추세'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시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모듈,셀,잉곳,웨이퍼 순으로 가격 인하가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성호 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지금도 폴리실리콘 제조원가는 ㎏당 27달러에 불과해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35달러 아래로 내려온다고 해도 마진은 15%가 넘어 제조업으로선 충분한 수준"이라며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면서 화석연료에 비해 태양광이 확실한 경쟁력 우위를 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 발전소 증설량은 18GW(기가와트)로 추산되며 올해는 20GW를 웃돌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전망이 밝으니 대기업들도 너도나도 들어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현재는 시장이 초기 단계여서 '공급 과잉' 얘기가 나오지만 매년 50~100GW씩 증설하는 시대가 오면 폴리실리콘이 부족한 시점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업체들이 '프리미엄급'인 고순도 폴리실리콘에 강점을 지녔다는 점도 이 같은 자신감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정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저순도 제품은 가격이 많이 빠지겠지만 고순도 제품은 시세 하락이 상대적으로 덜할 전망"이라며 "OCI 등은 고순도 제품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가격 하락이 수요를 늘리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 영향으로 8.49% 급락했던 '폴리실리콘 대표주' OCI의 주가는 이날 장초반의 낙폭을 줄이며 0.76% 하락한 52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임현우/조재희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