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이 상장 새내기주(株)들을 응원합니다. 증시에 입성한지 6개월 내외의 상장사를 직접 찾아 상장 이후 변화된 모습과 성장성 등을 관련 주주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드릴 예정입니다. <한경닷컴>과 증시 새내기주들의 커 나가는 모습을 함께 해 보십시오.<편집자 주>

◆아이패드 판매 호조에 올해 실적 증가 예상

"새내기 종목이다보니 아직은 저희가 아무리 좋다고 말해봐야 소용이 없겠죠. 앞으로 실적으로 보여드리는 수밖엔 없지 않겠습니까?"

박노만 엘비세미콘 대표이사(사진)은 올해 실적이 순항 중이며 앞으로 안정적인 성장으로 시장에서 신뢰를 쌓겠다고 강조했다.

엘비세미콘은 올 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플립칩 범핑 업체다.

엘비세미콘은 경기도 평택의 어연한산 산업단지에 위치해 있다. 1호선 서정역에서 차로 한시간쯤 달리면 커다란 콘크리트 건물이 줄지어 들어선 공장 단지가 나타난다.

지난 4일 오후 5시. 징검다리 연휴를 앞두고 일반 직장이라면 슬슬 하루 일과를 정리할 시간인데도 엘비세미콘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장치산업은 가동률이 곧 가격경쟁력이기 때문에 평일에도 3교대로 24시간 일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휴일에도 생산직원들이 나와 일한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공장 탓에 박 대표 자신도 가족과 떨어져 수원에 마련된 회사 기숙사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올 1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는데 엘비세미콘의 수주 물량이 줄어들거나 한 건 아닙니까?" 갑작스레 아픈 질문을 던지자 박 대표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잘라말했다.

엘비세미콘 매출의 85%는 LG디스플레이에서 나온다. 평판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골드범핑(매출 비중 80%)이 엘비세미콘의 주력 제품이기 때문이다. 골드범핑은 웨이퍼에 금을 이용해 구형 또는 육면체 모양의 범프(돌기)를 만든 뒤 이를 기판이나 보드에 접합하는 기술이다. 엘비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에 웨이퍼를 공급받아 범핑 작업을 한 뒤 다시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상장 그 후④]엘비세미콘 "실적으로 말하겠다. 수주 호조 지속"
박 대표는 "LG디스플레이가 1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TV 등 판매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지 판매 수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애플의 아이패드도 판매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공급 수량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엘비세미콘은 골드범핑 수주 물량이 지난해 웨이퍼 5만장에서 올해 8만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웨이퍼 한 장은 보통 1000~2500개의 칩으로 나뉜다. 다시 이 칩 한 개당 범핑이 700~1100개 들어간다.

박 대표는 단가 인하 압력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원가가 100달러라고 치면 골드범핑에 들어가는 가격은 0.5달러에 불과하다"며 "골드범핑 하나가 잘못되면 100달러짜리 물건을 버려야 하는데 0.5달러 줄이자고 단가를 낮추려 하겠느냐"고 설명했다.

◆ "솔더범핑 증설은 잠시 보류 중"

상장 당시 계획했던 솔더범핑 공장 증설은 잠시 미뤄두고 있다. 금 대신 주석화합물과 은을 사용한 솔더범핑은 카메라 모듈, 반도체 등 골드범핑보다 넓은 분야에서 사용된다. 엘비세미콘의 솔더범핑 매출은 전체 매출 중 10%에 불과하지만 보다 큰 시장 진출과 매출처 다변화 등을 위해 엘비세미콘은 앞으로 솔더범핑 생산을 늘려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부지는 매입을 완료했으나 건물 신설 등 증설 비용이 만만치않아 신중하게 결정하려 하고 있다"며 "올해 수주물량은 기존 생산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증설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엘비세미콘은 다만 코스닥 시장 상장으로 회사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 솔더범핑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 대표는 "LG디스플레이의 비즈니스 체인 밖에서는 회사 이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코스닥 상장 후 함께 협업하자는 제의가 들어오고 있어 이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 "실적으로 말하는 기업 되겠다"

새내기주들의 통과의례인 주가 롤러코스터를 겪은 기분은 어떨까. 특히 지난해 말~올해 초에 공모가가 산정된 경우 증시 호황으로 공모가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아 주가 급등락이 한층 심했다. 엘비세미콘의 공모가는 4700원, 현재 주가는 4000원 초반대다. 최저가는 3650원, 최고가는 5260원이다.

[상장 그 후④]엘비세미콘 "실적으로 말하겠다. 수주 호조 지속"

공모가 대비 절반 이상 주가가 빠진 기업에 비하면 양호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3000원 중반까지 빠질 땐 정말 힘들더라"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아무리 계획대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도 아직 시장에서 신뢰도가 높지 않아 주주들이 믿어주지 않는다"며 "앞으로 실적으로 믿음을 쌓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연간 계획에 맞춰 1분기 실적이 순항 중"이라며 "실적으로 말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엘비세미콘은 올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한 192억원을, 영업이익은 37.1% 감소한 27억원을 기록했다. 엘비세미콘의 연간 목표 매출액은 1000억원, 영업이익은 221억원이다. 회사 측은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금값 등 원가가 올라가고 설비투자 비용이 계상됐기 때문"이라며 "예상됐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최순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비세미콘에 대해 "1분기는 전통적으로 전기전자 업종의 비수기라 엘비세미콘의 외적 성장세가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영업이익이 줄어 이익성장에 대한 판단은 2분기 실적을 봐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