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금융개혁 입법의 하나로 신용평가기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18일 공개했다. SEC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이 방안은 500쪽 분량의 방대한 내용으로 신용평가기관의 이해충돌 방지와 평가방법 공개, 그리고 이직하는 평가 담당자에 대한 관리 강화 등을 포괄하고 있다. 포괄적인 금융개혁 내용을 담은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마련된 이 방안은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원인의 하나로 비판받아온 신용평가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시정하는 한편 대중이 신용평가 비즈니스를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다. SEC 방안에는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및 피치같은 기관들이 신용 평가와 관련 세일즈 비즈니스를 분리시켜 이해 갈등의 소지를 원천 봉쇄토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데 따른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군소 신평사에는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어떻게 신용을 평가하는지를 더 자세히 공개하며 기업의 채권을 평가할 때 제 3자의 판단을 더 고려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평가한 내용이 향후 제대로 반영되는지도 파악해 관리토록 했다. SEC는 신용평가기관 직원이 이 기관으로부터 평가받은지 1년이 채 안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으로 이직할 경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여부를 감시토록 하는 '전관예우' 금지 조항도 만들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신용 평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감안해 SEC가 신용평가 내용 자체는 규제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대해 SEC의 캐틀린 케이시 위원은 개선안이 "(우리의) 의도와는 달리 신용 평가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쪽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면서 이를 테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관한 통계치를 (SEC가) 표준화하려고 할 경우 자칫 시장의 관행이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무디스사 대변인은 SEC 방안에 대해 신용 평가를 개선하려는 것이 "시장을 건전하게 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환영하면서 "개선 내용을 수용해 향후 비즈니스 효율을 최대한 높이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SEC 방안은 무디스와 S&P 등의 신용 평가가 갖는 도덕적 해이가 금융 위기를 초래한 원인의 하나라는 미 상원 소위 조사 결과가 공개된지 한달여 만에 마련됐다. SEC는 향후 60일간 이 방안에 대한 업계와 일반의 견해를 접수해 최종안에 반영한다. 그러나 도드-프랭크법이 권고한 제정 시한인 7월까지는 확정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