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레이더] 대치 청실, 재건축 추가분담금 '혼선'
"집을 두세 평(6.6~9.9㎡) 넓혀가는 데 5억원의 추가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요. 정확한 분담금도 모른 채 이주할 수는 없습니다. "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추가분담금 변동은 없을 겁니다. "

재건축을 위한 관리처분총회를 오는 23일 개최할 서울 대치동 청실아파트(조합원 1446명)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조합이 제시한 추가분담금을 놓고 대형 건설사 임원 출신 등 일부 조합원들이 분담금이 의도적으로 축소됐다고 반발하면서 조합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대치동 요지에 위치한 청실아파트는 강남권 중층 대단지 재건축의 선두주자인데다 은마 압구정현대 등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5억원이다…2억원이다"

청실아파트는 현재 1 대 1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이 아파트의 가장 작은 평형은 전용 76㎡(31평)다.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적용하면 280가구가 기존 평형보다 좁은 전용 60㎡형을 받아야 한다. 집 크기를 줄여야 하는 조합원들이 반발하면서 대안으로 가구 수를 늘리지 않는 1 대 1 재건축을 선택했다. 1 대 1 재건축 단지엔 소형평형을 짓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아파트 크기는 1 대 1 재건축으로도 별로 늘지 않는다. 가구별로 지금보다 6.6~9.9㎡ 넓어지는 데 그친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내야 할 분담금은 만만치 않다. 일단 조합 측이 관리처분 총회를 앞두고 책자를 통해 제시한 분담금만 해도 상당하다. 기존 전용 76㎡ 소유주가 전용 84㎡에 들어가기 위해선 2억원을 내야 한다. 또 기존 전용 84㎡ 소유주가 전용 94㎡에 입주하기 위해선 2억1526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용 76㎡의 현재 호가는 10억원 선이다. 여기에 분담금을 합하면 12억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도곡렉슬 등 재건축을 완료한 동일평형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12억원대여서 취득세 중개수수료 등 거래비용을 감안하면 투자 매력이 부족하다.

여기에다 일부 조합원들이 2억원 안팎인 추가분담금이 5억원대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에서 재건축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한 조합원은 "조합이 제시한 분담금은 시공사가 가져가는 직접 공사비밖에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주비에 대한 이자,설계변경에 따른 비용 증가,조합운영비 등 추가 비용을 더해 보니 조합원당 분담금이 5억원 가까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조합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부 조합원들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조합의 공식입장은 기존에 제시된 금액에서 변동이 없을 것이란 점"이라고 잘라말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담금이 치솟을 것이란 유인물이 돌고 있다"며 "상당수 조합원들이 어떤 말이 맞는지 답답해 하면서 조합원 갈등으로 재건축이 지연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확정 추가분담금 제시해야"

추가분담금 의혹을 제기한 조합원들은 조합과 시공사(삼성물산)가 확정된 추가분담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설계변경,착공지연,물가인상,이주지연 등 여건 변화에 따라 분담금이 달라질 수 있다'고만 돼 있어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한 조합원은 "이주를 하고 나면 꼼짝없이 건설사와 조합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만큼 관리처분총회 전에 분담금 규모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조합원들이 재건축을 할지 말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재건축조합 측이 단지 안에 살지 않는 조합원들로부터 '서면결의'를 받아 관리처분안을 서둘러 통과시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조합원의 60~65%가 단지 외부에 거주하고 있다"며 "사정을 잘 모르는 조합원들이 별 생각없이 서면결의에 동의하면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조합 관계자는 "설계변경은 조합원이 승인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며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계약 내용이 바뀔 수 있다는 문구는 어느 계약서에나 들어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성근/박한신 기자 truth@hank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