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은행빚에 쪽박난 신통력…살던 집도 경매
서울 강남에 아파트 36가구와 상가 4개를 사들이는 신통력(?)을 발휘했다가 국세청의 세무조사 표적이 됐던 개포동 무속인 Y씨(여 · 61)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모든 부동산을 경매 등으로 날린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중앙지법에 Y씨 소유의 개포 · 일원동 소재 아파트 3가구가 18일 경매에 나왔다. 경매시장에 나온 Y씨 소유 부동산 수는 이번 물건까지 모두 20가구로 늘어났다. 2008년부터 경매처분되기 시작한 Y씨 소유 강남 아파트는 이번 경매가 사실상 마지막 물건일 것이라고 경매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통상 가장 나중에 경매 처분되는 부동산은 본인이 끝까지 살던 집이나 영업 장소다. 이날 경매 처분된 개포동 소재 저층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그의 영업장(○○○보살운명상담소)이자 아파트 매집에 나서기 전부터 살던 집이다.

경매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매각된 20개 부동산의 사건번호가 모두 '2008'로 시작한다"며 "2008년 금융기관에 의해 무더기로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이 주로 그해에 많이 팔렸고 일부는 시차를 두고 매각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20개 부동산은 이미 시장에서 매각됐을 가능성이 높다. 2005년 6월 국세청 세무조사 당시 Y씨는 이미 아파트 7가구를 팔아 13억원의 차익을 남긴 상태였다. 또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된 직후 직 · 간접적인 매도 압박을 느껴 아파트 10여가구를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 전문가들은 Y씨가 애지중지하던 부동산을 모두 처분하게 된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 과도한 부채가 문제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Y씨는 부동산 매입을 위해 134억원의 금융권 대출을 이용했다. 경매된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해 보면 거의 예외없이 집값의 90% 정도를 대출받았다. 대출을 최대한 받기 위해 제2금융권을 주로 활용했다. 집값이 2007년 급락세로 돌아서고 거래마저 끊기자 이자를 낼 돈도 없고,팔리지도 않아 경매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세청 세무조사로 상당한 금액을 추징당하면서 유동성이 부족해졌을 개연성도 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Y씨가 집을 집중적으로 산 시기가 2001~2002년이어서 집값이 두 배 이상 오른 상태였다"며 "현금 부족으로 흑자 도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Y씨의 부동산 매입시기는 최고수 반열이라고 평가했다. 남들이 매입을 꺼릴 때,남의 돈으로,버블 세븐 핵심지역에,40가구나 베팅했다는 점이 근거다. 등기부등본을 분석하면 그가 집을 사 모은 시기는 1999년~2005년 4월 사이다. 외환위기 직후부터 사들이기 시작해 집값 상승 초기단계인 2001년과 2002년에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2002년 2월엔 한 달간 4가구를 매입하기도 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국세청 세무 조사 당시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부동산 전문가들이 '진짜 전문가는 Y씨'라고 말하고 다녔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Y씨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생각에 사로잡혀 매도 시기를 놓친 게 결정적 패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정부 정책에 맞선 점도 패착이다. 노무현 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를 과소평가했고,다주택자를 겨냥한 국세청 세무조사의 표적이 되면서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남이 먹을 것도 남겨두고 어깨에서 팔겠다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욕심이 지나쳤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