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 속도를 늦춰야 합니다. "

야오왕 보아오포럼 사무부총장(사진)은 17일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은 최근 10년간 10%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왔지만 이제는 성장률을 7%로 낮추고 내구력을 키워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달리기를 할 때 너무 빨리 뛰면 몸이 지치는 것처럼 중국 경제도 숨이 가빠진 상태"라며 "성장의 속도를 늦춤으로써 경제의 체질을 단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국제비즈니스 전문가로 알려진 야오 부총장은 중국무역촉진위원회 베이징지사 회장을 거쳐 2002년부터 보아오포럼 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다. 중국국제무역학회 부회장을 비롯해 중국전시컨벤션경제연구회 부회장,아시아교육논단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겸임하고 있다.

야오 부총장은 이날 포럼에서 '중국의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과 지역 클러스터링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중국은 강력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국가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제조업 강국에서 혁신 강국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산업 구조조정과 내수시장 확대도 중요하지만,무엇보다 전체적인 국민의 소질을 높여 혁신의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조업의 발전은 반복적인 노동을 통해 이뤄질 수 있지만 혁신은 높은 수준의 정신노동이 전제돼야만 한다"며 "대내적으로는 고등 교육을 강화하고,대외적으로는 다른 나라에서 우수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는 이미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일본 등 각국 기업 및 인재들이 들어와 있지만 혁신 강국이 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야오 부총장은 향후 중국 경제의 과제로 △제조업의 질을 높이고 △자연친화적인 신성장 산업을 개발하며 △서비스 산업 비중을 늘리는 것을 꼽았다. 또 소득 수준과 함께 복지 수준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복지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질병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소비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야오 부총장은 "한국은 최근 보아오포럼이 발표한 '2011 아시아 경쟁력 보고서'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며 "우수한 교육시스템과 수준 높은 인재들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초설비와 사회복지 분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보아오포럼은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린다. 아시아 국가 및 기업,민간단체 사이의 교류와 협력의 장을 지향하며 2002년 중국 주도로 시작됐다.

야오 부총장은 보아오포럼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은 아시아 국가들에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며 "올해 포럼에는 김황식 국무총리와 이사회 멤버인 최태원 SK 회장이 참가했는데 앞으로는 더 많은 정 · 재계 인사들이 참여해 한국의 경제 성과를 공유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른 시일 안에 체결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아시아의 대표적 경제주체인 두 나라의 FTA는 향후 한 · 중 · 일 및 다른 아시아 국가의 FTA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경제 일체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