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 · 사진)가 산은금융지주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산은지주와 같은 국책 금융기관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민영화는 물건너가는 것"이란 게 우리금융의 인식이다.

우리금융이 긴급 작성한 '우리금융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산은지주의 인수 추진에 대해 "세금으로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해야 할 산은지주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혈세를 낭비하려는 것"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우리금융은 산은지주의 인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인수를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재정으로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격인데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공격했다.

'산은지주+우리금융'으로 동시 민영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에는 "우리금융이 2002년 상장을 완료하고도 정부 지분이 57%나 남았다"며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완전 민영화까지 최소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합병 후 정부 보유 지분이 50~60%로 낮아질 것이라는 산은지주 주장에 대해서는 "합병 후 산은지주의 자기자본은 현재 22조6000억원에서 39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며 "산은지주가 지분 10%를 우선 상장하고 우리금융 소수 지분에 따른 주가 희석 효과를 감안해도 정부 지분은 65.7%(19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을 합쳐 메가뱅크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해 "두 은행을 합쳐봐야 자산 규모가 505조원으로 글로벌 순위 54위 정도"라며 "합병 때 동일인 한도 제한으로 기업 고객이 빠져나가면 자산이 더 줄어든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관치금융과 정부 간섭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국책은행으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요원한 얘기"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산은과 합병하면 국내 주채무계열 37개 중 23개를 맡게 돼 대기업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격"이라며 "국책은행을 통한 금융 지원이 보조금으로 간주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요국과 통상 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