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투자상품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주식 채권 펀드를 넘어서 랩어카운트 헤지펀드 FX마진 등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상품이 즐비하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빠른 공유와 사이버 트레이딩으로 개인들이 주식 직접투자에 나섰고,적립식 펀드가 간접투자의 대중화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건강은 의사,법률은 변호사,세무는 세무사 등 전문가의 역할이 있듯이 이제는 자산관리에 있어서도 전문가의 컨설팅이 필요한 때다. 현재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랩어카운트는 그 전문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랩어카운트의 특징

랩어카운트(wrap account)란 '포장하다(wrap)'와 '계좌(account)'의 합성어로 여러 금융투자상품을 하나의 계좌에서 묶어 관리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이다. 종합적인 자산관리를 위한 랩어카운트의 특징은 전문가에게 고객 자산의 운용 관리를 일임한다는 것이다. 펀드매니저와 같은 전문가에 의해 운용되며,고객이 운용 과정에 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과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최적의 맞춤형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매매수수료가 부과되는 일반 주식 매매와 달리 고객 자산 규모에 연간수수료(wrap fee)가 부과되는 점도 특징이다. 이는 고객 자산이 증대돼야만 증권사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가 돼 고객지향적인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의미다. 지속적인 투자관리가 이루어진다는 점도 랩어카운트의 장점이다.

기존의 단순 판매영업에서 탈피해 랩어카운트는 정기적으로 고객과 상담하고 시장분석을 통해 지속적인 투자관리가 이루어진다.

랩어카운트의 투자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우선 투자에 앞서 개인투자자들의 재무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관투자가들은 투자지침서(IPS)를 통해 목표수익률과 허용 위험 한도를 설정하지만 개인투자자의 경우는 다양한 목표에 대해 우선순위를 매기는 방법으로 재무설계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객과 상담을 통해 명확하게 설정된 투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애널리스트,외부 자문기관의 투자의견을 바탕으로 시장 분석 및 자산 배분,투자 대상을 선택해 운용에 들어간다. 운용 성과에 대한 평가와 리스크 관리 등을 병행하며 투자 대상을 지속적으로 리밸런싱한다.


◆랩어카운트의 유형

랩어카운트는 서비스 범위에 따라 자문형과 일임형으로 나눌 수 있다.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금융자산관리사가 투자에 대한 조언과 자문의 역할만 할 뿐 실제 주문은 고객이 직접 내야 하는 방식이다. 보수도 자산관리에 대한 상담서비스 제공 부분만을 받는다. 반면 일임형은 증권사가 고객의 자산을 맡아 대신 운용해주는 방식이다. 고객의 투자성향이나 목적에 가장 적합하게 주식 채권 펀드 등에 자산을 나누어 투자한다.

주 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랩,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 랩,여러 펀드에 나눠 투자하는 펀드 랩이 있다. 또 당일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에 투자하는 CMA(종합관리계좌)형,MMW(머니마켓랩) 형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2월 금융감독원이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판매를 승인했고 2003년 10월에는 일임형 랩어카운트의 판매가 승인됐다. 지난해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자문형 랩은 본래 의미의 '자문형'과는 차이가 있다. 정확하게는 투자자문사의 추천을 받아 증권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일임형 상품에 속한다. 투자자문사가 종목 포트폴리오를 주면 이를 바탕으로 증권사가 최종적인 투자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같은 투자자문사로부터 자문을 받는다고 똑같은 자문형 랩은 아니다. 증권사에 따라 운용 스타일이나 수익률에 차이가 날 수 있다.

펀드 랩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펀드들로 세트를 만들어 운용하는 상품이다. 해외 펀드에 분산투자하고 싶다면 브릭스(BRICs)펀드나 동유럽펀드,아시아펀드 등 다양한 해외 펀드들로 상품을 구성할 것을 랩 매니저와 상의하면 된다. 단순히 분산투자가 목적이라면 국내 주식형과 채권형 등을 적절히 섞는 등 고객의 투자 목적에 따라 맞춤식으로 짜면 된다. 펀드를 편입한다는 점에서 펀드오브펀드(재간접펀드)와 비슷하지만 랩어카운트와 마찬가지로 랩 운용 매니저가 정기적으로 시장 상황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시장 평균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한다. 펀드 랩에 편입되는 펀드 상품들은 해당 증권사가 판매하는 펀드로 제한되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 다른 증권사의 유망한 펀드 상품을 섞어서 가입할 수 없는 제약이 있다.

미국의 경우 랩어카운트는 이미 대중화됐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1975년 처음 출시된 SMA(Separately Managed Account)는 현재 투자자문사 랩처럼 한 증권(주식)으로 단순한 매매전략을 구사하는 랩어카운트의 초기 단계였다. 이후 주식 채권 펀드 등 여러 자산을 편입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MDA(Multi-Discipline Account)로 발전했고,최근에는 금융투자상품 외에 부동산,원자재 등 대체투자 자산까지 포함하는 UMA(Unified Managed Account)로 진화하고 있다.

랩어카운트 업계도 채권 펀드 해외주식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랩어카운트를 출시하고 있다. 투자자문사 랩이 주식에 집중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다양한 유형의 랩어카운트 출시는 보다 장기적이고 다양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랩어카운트는 자산 배분,은퇴자금 마련 계획,교육비 마련 계획,내집 마련 계획 등의 재정계획과 절세 등의 관련 분야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개인고객의 귀중한 자산을 관리하는 재테크 업무의 중추 역할을 하는 그야말로 '원스톱 토털 서비스'를 지향함으로써 고객에게 수익성은 물론이고 편리성과 효율성까지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수명 현대증권 랩운용부 부장 psm101@stockmark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