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증시 '유동성 장세 종료說'의 다섯가지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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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시장요인이 더 관건
경제활력지표 꾸준히 회복…차이나머니도 국내증시 유입
경제활력지표 꾸준히 회복…차이나머니도 국내증시 유입
국내 증시에서 돈의 힘에 의해 주가가 올라가는 '유동성 장세'가 종료될 것이란 주장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면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고,이 경우 시중 유동성이 흡수돼 주가는 하락 국면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도 공통적인 문제인 만큼 글로벌 증시에서 유동성 장세가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는 몇 가지 분명하게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첫째,단순히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경기나 증권시장 입장에서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선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인지 '긴축'인지는 적정금리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여전히 적정 수준보다 낮으면 그때 통화정책은 '완화 혹은 부양' 기조로 해석해야 한다.
한 나라의 적정 금리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피셔공식'과 정책 목적을 감안하는 '테일러 준칙'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의 경우 적정 금리는 연 3.5%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연 3%인 점을 감안하면 작년 7월 이후 기준금리를 올려왔더라도 경기나 증시 입장에서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말대로 '우호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유동성 장세는 증시 가용자금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증시 가용자금은 정책요인과 시장요인에 의해 공급된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도 실물경제와 증시로 다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풀린 정책자금 중 상당액은 퇴장하거나 요구불 예금 등으로 들어가 단기 부동화된다.
이는 역으로 요즘처럼 경기가 회복되는 경우 정책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더라도 퇴장하거나 단기 부동화됐던 자금의 기회비용이 늘어 시중에 방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경험으로 보면 기준금리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기 이전에는 금리인상에도 증시 가용자금이 오히려 더 늘어나 주가가 올라가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셋째,경제와 증시활력지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통화유통속도와 레버리지 비율을 들 수 있다. 이 두 지표는 각각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와 증거금 대비 총투자 가능액 비율을 보여준다. 비율이 클수록 금융과 실물이 따로 노는 '이분법 경제(dichotomized economy)'를 벗어나 경제와 증시의 활력이 높은 것으로 해석한다.
경제활력지표인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도 빠르게 회복 중이다. 한국의 경우 한때 0.6대까지 떨어졌던 통화유통속도가 최근 0.9에 근접하고,통화승수도 빠른 회복세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3배 이내로 축소됐던 레버리지 비율은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일부 헤지펀드의 경우 10배 안팎으로 높이고 있다.
넷째,글로벌 차원에서 자금시장을 읽을 필요가 있다. 올 들어 유럽 재정위기,일본 대지진,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 등 선진국에서 잇달아 악재가 터지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지난 한 해 신흥국으로 들어간 글로벌 유동성은 1조달러에 달했다.
한국에는 특히 '차이나 머니'가 집중 유입되고 있다. 2009년 말 이후 중국의 국내 채권 매입 규모는 7조원에 육박한다. 최대 투자처인 미국 국채의 위상이 약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국내투자 규모는 주식과 채권 공히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차이나머니에 의해 통화정책이 무력화되는 '한국판 그린스펀 수수께끼와 윔블던 현상'까지 우려해야 할 정도다.
다섯째,출구전략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출구전략은 경기나 자산시장의 회복 정도를 감안해 '비정상적'인 정책수단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비상대책은 그 자체로 인플레이션 등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출구전략의 본래 목적도 경기나 증시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출구전략을 추진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에클스의 실수(Eccles's failure)'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경기나 자산시장이 어느 정도 회복하기 이전에 인플레이션 같은 후유증을 과도하게 해석해 성급하게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유동성을 흡수하면 1930년대 대공황처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위기 3년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경기나 증시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젤리(jelly)형이라고 판단된다. 이때 경계해야 할 점은 특정국면을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균형을 잃은 '쏠림'현상이다. 주식투자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특정 종목 비중이 너무 높으면 '하이먼-민스크 모델'에 따라 어느날 갑자기 큰 화를 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이유는 간단하다. 당면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고,이 경우 시중 유동성이 흡수돼 주가는 하락 국면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도 공통적인 문제인 만큼 글로벌 증시에서 유동성 장세가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는 몇 가지 분명하게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첫째,단순히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경기나 증권시장 입장에서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선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인지 '긴축'인지는 적정금리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여전히 적정 수준보다 낮으면 그때 통화정책은 '완화 혹은 부양' 기조로 해석해야 한다.
한 나라의 적정 금리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피셔공식'과 정책 목적을 감안하는 '테일러 준칙'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의 경우 적정 금리는 연 3.5%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연 3%인 점을 감안하면 작년 7월 이후 기준금리를 올려왔더라도 경기나 증시 입장에서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말대로 '우호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유동성 장세는 증시 가용자금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증시 가용자금은 정책요인과 시장요인에 의해 공급된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도 실물경제와 증시로 다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풀린 정책자금 중 상당액은 퇴장하거나 요구불 예금 등으로 들어가 단기 부동화된다.
이는 역으로 요즘처럼 경기가 회복되는 경우 정책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더라도 퇴장하거나 단기 부동화됐던 자금의 기회비용이 늘어 시중에 방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경험으로 보면 기준금리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기 이전에는 금리인상에도 증시 가용자금이 오히려 더 늘어나 주가가 올라가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셋째,경제와 증시활력지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통화유통속도와 레버리지 비율을 들 수 있다. 이 두 지표는 각각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와 증거금 대비 총투자 가능액 비율을 보여준다. 비율이 클수록 금융과 실물이 따로 노는 '이분법 경제(dichotomized economy)'를 벗어나 경제와 증시의 활력이 높은 것으로 해석한다.
경제활력지표인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도 빠르게 회복 중이다. 한국의 경우 한때 0.6대까지 떨어졌던 통화유통속도가 최근 0.9에 근접하고,통화승수도 빠른 회복세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3배 이내로 축소됐던 레버리지 비율은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일부 헤지펀드의 경우 10배 안팎으로 높이고 있다.
넷째,글로벌 차원에서 자금시장을 읽을 필요가 있다. 올 들어 유럽 재정위기,일본 대지진,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 등 선진국에서 잇달아 악재가 터지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지난 한 해 신흥국으로 들어간 글로벌 유동성은 1조달러에 달했다.
한국에는 특히 '차이나 머니'가 집중 유입되고 있다. 2009년 말 이후 중국의 국내 채권 매입 규모는 7조원에 육박한다. 최대 투자처인 미국 국채의 위상이 약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국내투자 규모는 주식과 채권 공히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차이나머니에 의해 통화정책이 무력화되는 '한국판 그린스펀 수수께끼와 윔블던 현상'까지 우려해야 할 정도다.
다섯째,출구전략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출구전략은 경기나 자산시장의 회복 정도를 감안해 '비정상적'인 정책수단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비상대책은 그 자체로 인플레이션 등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출구전략의 본래 목적도 경기나 증시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출구전략을 추진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에클스의 실수(Eccles's failure)'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경기나 자산시장이 어느 정도 회복하기 이전에 인플레이션 같은 후유증을 과도하게 해석해 성급하게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유동성을 흡수하면 1930년대 대공황처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위기 3년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경기나 증시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젤리(jelly)형이라고 판단된다. 이때 경계해야 할 점은 특정국면을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균형을 잃은 '쏠림'현상이다. 주식투자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특정 종목 비중이 너무 높으면 '하이먼-민스크 모델'에 따라 어느날 갑자기 큰 화를 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