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는 거의 매일 소나기가 쏟아지는 곳이다.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까지 폭우가 이어지고 비가 그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뜨거운 햇살이 대지를 순식간에 말린다.

'제5의 메이저대회'인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950만달러) 3라운드가 열린 15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 TPC소그래스(파72)에 4시간30분가량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렸다. 이로 인해 40명만이 3라운드 경기를 마쳤으며 31명은 다음날 오전 경기를 속개하게 됐다.

선두그룹은 5번홀까지 마쳐 다음날 31개홀을 도는 강행군을 펼쳐야 한다. 그래엄 맥도웰과 닉 워트니가 합계 11언더파로 2위 스티브 스트리커,데이비드 톰스에게 1타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경주도 10번홀까지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합쳐 3타를 줄여 합계 9언더파로 공동 5위에 올라 최종일 우승 경쟁을 펼친다. 위창수(39)는 이날 버디 7개에 보기 3개로 4언더파 68타를 기록,합계 6언더파 210타로 공동 20위에 랭크됐다. 위창수는 3라운드를 모두 마쳐 다른 선수들이 다음날 오전 플레이하는 동안 늦잠을 자고 오후에 티오프하는 유리한 상황이다.

선수들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부터 5시30분까지 경기가 지연되는 동안 클럽하우스에서 음식을 먹거나 스마트폰으로 농구 경기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경기가 속개된 이후 일몰 시간이 다가오자 선수들은 서둘러 경기를 끝내려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안 폴터는 해가 저물자 17번홀부터 단거리 질주를 벌였다. 투어에서는 일몰로 경기를 중단할 때 일단 티샷을 한 홀에서는 끝까지 홀아웃을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날 대회 그린은 엄청난 폭우에도 불구하고 그린 아래에 깔린 '서브-에어(sub-air) 시스템' 덕에 지장을 받지 않았다. 이 시스템은 햇볕이 뜨거우면 그린을 식혀 주고 그린이 젖으면 바람으로 말려주는 역할을 한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GC도 이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에는 해슬리나인브릿지에 이 시설이 깔려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