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발전기가 없다는데요. "

빌딩 내 전기설비 전문업체인 부현전기의 김홍수 사장은 이달 초 조달팀장의 급박한 목소리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공사를 맡은 건물에 300㎾급 비상용 발전기를 설치해야 하는데,발전기가 없다고 하니 갑갑한 노릇이었다. 사연을 알아 보니 "일본으로 발전기가 대거 빠져 나가는 바람에 시중에 발전기가 동이 났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김 사장은 공기를 불과 열흘 앞두고 이런 비상 사태가 발생하자,인천 남동공단을 샅샅이 뒤진 끝에 평소보다 30%가량 웃돈을 주고서야 발전기를 구할 수 있었다. 그는 "그나마 안면이 있으니 구했지 '초짜'들은 요즘 발전기를 구하지 못해 납기를 어기는 일이 꽤 있다"고 전했다.

빌딩에 설치하는 비상용 발전기가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이 발전기를 대거 수입하고 있어서다.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일본에서 7㎿급 디젤 상용발전기 6대를 수주하는 등 중형 발전기 수출 계약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세계 발전기 강국이다. 한국에서 물건을 사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 3월 대지진에 이은 원전 중단 사태가 상황을 180도 바꿔놨다. 일본 정부가 올해 전력공급을 작년 대비 25~30%가량 줄일 예정인 데다 올여름 일본에 폭염이 찾아올 것이라는 예보까지 겹치면서 한국에서 발전기를 구하려는 바이어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발전기용 엔진을 만드는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일본에서 여름을 앞두고 한국에서만 비상용 발전기 2000~3000대를 구하려 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 발전기 제조업체들이 몰려 있는 남동공단이 평소보다 2~3배 많은 주문에 바빠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남동공단 발전기 제조업체인 코스텔파워의 장주식 상무는 "발전기 핵심 부품인 엔진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며 "물건을 받으려면 최소 2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기용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현대중공업,STX엔진 등이 주요 제조업체다. 업계 관계자는 "굴삭기 등 건설 중장비 시장도 호황이어서 소형 엔진이 그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도 발전기용 엔진 품귀 현상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