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업체들이 글로벌 아웃도어 · 스포츠 브랜드의 중국 사업권을 잇따라 '접수'하고 있다. 뛰어난 마케팅 능력으로 국내에 '아웃도어 붐'을 일으킨 한국 파트너들이 향후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를 중국시장을 공략할 적임자라고 글로벌 본사가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LS네트웍스는 최근 일본 최대 아웃도어 브랜드인 몽벨의 중국 사업권을 넘겨받는 계약을 일본 본사와 맺었다. 국내 패션업체가 글로벌 아웃도어 업체의 중국 사업권을 따내기는 LG패션(프랑스 라푸마) 이랜드(미국 뉴발란스) ㈜밀레(프랑스 밀레) 등에 이어 네 번째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일본 본사에 판매액에 따른 로열티를 주는 조건으로 몽벨의 중국 사업을 LS네트웍스 중국법인이 맡기로 했다"며 "오는 8월 베이징에 여는 약 330㎡(100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중국 전역에 200여개의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몽벨은 일본에서 노스페이스 라푸마 등을 능가하는 '넘버1' 브랜드다. 국내에 들어온 지는 20년 가까이 됐지만,본격적인 영업은 LS네트웍스로 사업권이 넘어간 2008년부터 시작됐다. LS네트웍스는 공격적인 출점전략과 마케팅을 통해 2007년 80억원 안팎이었던 몽벨 매출을 3년 만에 250억원으로 3배 넘게 불렸다.

업계 관계자는 "LS네트웍스가 자체 기획 · 제조한 신발이 일본에 역수출될 정도로 몽벨 본사도 LS의 상품 기획력과 기술력,디자인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며 "몽벨 본사 입장에선 중국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것보다 LS네트웍스에 맡기는 게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랜드는 지난 2월 미국 뉴발란스 본사로부터 베이징 상하이 톈진 칭다오 광저우 등 중국 핵심 상권을 책임지는 총판으로 선정돼 79개 매장을 넘겨받았다. 뉴발란스가 해외에 진출할 때 해당국 업체가 아닌 제3국 기업을 총판으로 선정하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중국 내 뉴발란스 매장을 연내 20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이랜드가 직접 기획 · 생산한 뉴발란스 의류제품도 중국에 내놓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뉴발란스 본사가 이랜드를 중국 총판으로 낙점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이랜드가 한국에서 '뉴발란스 돌풍'을 일으킨 주역인 데다 다른 기업보다 중국 패션시장을 잘 이해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랜드는 2008년 뉴발란스의 한국 사업권을 따낸 뒤 260억원 수준이던 매출을 지난해 1620억원으로 키웠다. 중국에선 지난해 티니위니 등을 앞세워 한국보다 더 많은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글로벌 아웃도어 업체들이 한국 파트너들의 뛰어난 마케팅 능력과 상품기획 · 제조 실력에 반해 한층 더 깊은 단계의 파트너십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이더 본사가 한국 내 파트너인 K2코리아에 경영권을 주는 조건으로 중국 합작법인 설립을 제안하는 등 이런 현상은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