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때 이후 33년 동안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물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는 일을 할 것인가?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게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됐다. '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의 스탠퍼드대 졸업식 식사 가운데 한 대목이다.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칙센트 미하이 미국 클레어몬트대 피터 드러커대학원 교수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목표에 몰입할 수 있었던 공통적인 이유는 삶의 한시성 내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자는 이런 예를 들어 죽음에 대한 통찰이야말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아닌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책은 황농문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2007년 말 출간,대학생과 직장인들 사이에 일대 선풍을 일으켰던 '몰입'의 속편이다. 그는 불안과 우울을 고질병처럼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인생을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알려주기 위해 몰입의 심층적 원리와 다양한 사례를 담은 두 번째 이야기를 썼다고 털어놨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살지 정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어떻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면 어정쩡한 삶,우유부단하고 방향 없는 삶을 살게 되는 반면 답을 얻으면 파도 치고 바람 불어 뒤로 밀려도 잠잠해지면 다시 앞으로 나가게 되고,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삶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지 정했으면 두뇌 가동력을 높여야 한다. 그에 따르면 천재는 몰입으로 숨은 재능을 찾아낸 사람일 뿐이다. 미국의 천재 연구가 앤더슨 에릭슨은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습시간과 실력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 1만시간은 투자해야 한다는 '1만시간의 법칙'을 내놨다. 모차르트는 두 살 때부터 매주 35시간씩 연습,여덟 살 때 1만시간 연습을 달성했다. 신동은 태어난 게 아니라 만들어진 셈이다.

몰입은 분산된 관심과 에너지를 모아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높은 몰입도를 유지하려면 다른 일에 방해받지 않는 연속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학습 몰입도를 올리자면 30분~1시간을 견뎌야 한다. 업무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선 상사나 동료 부하직원과 가볍게 대화하거나 토론한다. 상대가 없으면 혼자 중얼거리는 것도 괜찮다. 걸으며 생각하는 것도 좋다. 동영상이나 소리파일을 듣거나 잠깐(10~20분) 자는 것도 괜찮다.

몰입하자면 내적 중요성을 키워야 한다. 우리 뇌엔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가 입력된다. 잠들면 해마에서 정보를 선별한다.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폐기처분하고 중요하다 싶으면 장기기억으로 보낸다. 중요도는 자극의 세기와 반복,곧 '확실한 목표와 끈질긴 생각'에 달렸다. 몰입 상태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빈도는 평소의 10~100배다.

몰입을 위해선 몸에 힘을 빼고 편안한 자세로 천천히 생각하는 게 효율적이다. 무엇보다 잘 자야 한다. 뇌가 쉬면서 하루의 경험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은 우리가 잘 때뿐이다. 자는 동안 뇌는 정보의 위치를 바꾸거나 서로 다른 정보를 연결한다. 창의성은 여기서 나온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