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11.05.11 07:12
수정2011.05.11 07:12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를 앞두고 외국자본의 은행산업 장악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은산(銀産)분리 정책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외국자본에 의한 은행산업 장악을 견제하려면 국내 기업의 해외 은행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국내 은행도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제시됐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11일 '국내기업의 해외 은행업 진출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해외에서 소매 네트워크를 확보한 기업이 같은 지역에서 은행업을 한다면 공동판매, 원스톱뱅킹 등을 통해 기존 네트워크와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수한 경영기업, 정보기술(IT) 기술력, 기술평가능력 등을 가진 기업이 은행업을 한다면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서 위원의 견해다.
그는 특히 "은행은 금융시장 및 금융소비자에 대한 각종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어 다른 부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해외 은행업에 진출한 사례가 있다.
대우그룹은 1989년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동유럽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자동차, 조선, 증권 분야 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헝가리에 합작은행인 `대우-MHB 뱅크'를 설립했다.
LG는 동유럽 시장 진출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주력하던 중 현지 자금조달 및 금융업 확대를 위해 폴란드에서 은행을 인수, 'LG 페트로 뱅크'를 세웠다.
1993년부터 그리스에서 아테네은행을 경영하던 한화[000880]는 1996년 동유럽 시장 진출기반을 마련하고자 헝가르에 `한화 뱅크 헝가리'를 설립했다.
서 위원은 그러나 "기업은 은행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데다 은행업과 일반 산업은 경영마인드가 다르기 때문에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은 공적기능이 강해 각종 규제와 공시의 대상이 되는데 이런 현지 규정을 어길 시 막대한 소송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또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은행업을 하려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추가로 받게 돼 이에 따른 법적 위험이 있다.
글로벌 경기악화로 국내외 경영여건이 동시에 악화될 경우 은행의 부실이 본사로 전이될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서 위원은 "특정 국가에 대한 정보를 얻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은행업은 매우 적합하다"면서 "해외 주력시장이 있는 기업이라면 해당 지역에 은행업 진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국내은행 역시 국내기업과 함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이 앞서 내놓은 `국내은행의 해외진출과 성공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의 해외진출을 평가하는 초국적화지수가 국내은행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2.9%로 UBS(76.5%), 도이치뱅크(75.2%), HSBC(64.7%) 등에 한참 못 미친다.
그는 "국내은행의 해외진출 현주소는 참담한 수준"이라며 "국내 은행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려면 한정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