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금리가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태'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예금을 하거나 채권에 투자해 이자수익을 얻어도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 인상 폭은 크지 않아 실질금리는 당분간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와 통계청에 따르면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3년 만기 국고채 실질금리는 지난달 -0.5%였다. 4월 기준으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7%(월평균),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였다.

3년 만기 국고채의 실질금리는 지난해 10월 -0.9%에서 11월 0.1%로 올랐지만 12월부터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1월 -0.4%,2월 -0.6%,3월 -1.0%로 마이너스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의 실질금리가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95년 채권금리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세율이 15.4%인 이자소득세까지 감안하면 지난해 11월에도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채권과 예금 금리도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5년 만기 국고채 실질금리는 지난 2월부터 3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은행의 저축성 수신(신규 취급액 기준) 금리는 연 3.7%로 같은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4.7%보다 1.0%포인트 낮았다. 은행 저축성 수신의 실질금리는 지난해 9월부터 7개월째 마이너스 상태다.

3년 만기 국고채의 실질금리는 2004년 7~10월과 2008년 12월~2009년 3월에도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당시는 정책당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던 때라는 점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 지금과는 차이가 있다.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려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해외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채권금리가 하락(채권가격 상승),실질금리 마이너스 폭이 커지기도 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불안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중금리가 웬만큼 오르지 않는 한 물가 상승률을 웃돌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주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국제 유가도 곧바로 급반등했고 금과 은 등 상품가격도 강세로 반전했다.

낮은 실질금리가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기보다는 자산시장의 거품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곳간에 막대한 현금을 쌓아둔 상황에서 시장에서 굳이 자금을 빌릴 필요가 없다. 김기형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금리가 낮은데도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서는 기업은 별로 없다"며 "마이너스 실질금리의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