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유가 5% 이상 급반등…'롤러코스터' 탄 상품시장
원유와 금 은 등 상품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주 은을 시작으로 가격이 동반 급락했던 국제 상품시장은 9개월간 지속된 고공행진이 멈추는가 싶었지만 이번주 첫 거래에서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은에 이어 원유 선물에 대한 거래증거금도 올린다는 조치가 발표되자 유가는 장외거래에서 다시 약세로 돌아서는 등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5.6% 오른 배럴당 102.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만에 100달러 선을 회복했다. CNN머니는 지난주 유가가 15% 가까이 하락,2008년 이후 가장 큰폭으로 떨어지자 반발매수세가 유입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지난달 신규 일자리 수가 24만4000개로 작년 5월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이날 독일의 3월 수출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인 것도 유가 반등 원인으로 작용했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브렌트유 올해 평균가격 전망치를 당초 110달러에서 12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내년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게 JP모건의 전망이다. 제임스 코디어 리버티트레이딩그룹 사장은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유가하락은 건전한 조정으로 볼 수 있다"며 "다른 상품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오더라도 원유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유가가 짧은 기간 내에 105달러를 돌파한 후 횡보를 보이며 수개월에 걸쳐 115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주 28% 급락하며 상품시장의 급락세를 이끌었던 은값도 반등했다. NYMEX에서 7월 인도분 선물 가격이 5.2% 급등한 온스당 37.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은값은 NYMEX를 소유한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선물 거래증거금을 잇따라 인상함에 따라 28% 떨어지며 1975년 이후 주간 기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었다. 금도 상승세로 돌아서 1500달러 선을 3거래일 만에 회복했다.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0.8% 상승한 온스당 1503.20달러였다.

원유뿐 아니라 다른 상품도 지난주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게 저가매수 기회를 높임으로써 가격 반등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가 "상품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수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골드만삭스 상품분석 책임자인 제프리 커리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큰 폭의 조정과 수요 증가로 2분기 상품시장은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달러가치가 떨어진 것도 상품가격 동반 상승에 기여했다는 지적이다. 달러는 이날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호주달러,캐나다달러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상품가격 급락을 촉발했던 거래 규제와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가 여전해 상품시장이 추세적인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정규거래가 끝난 후 CME가 석유 선물 거래증거금을 25% 올린다고 발표하자 유가는 전자거래에서 1% 이상 빠지는 약세로 돌아섰다. 은에서 시작된 투기거래 규제가 원유 등 다른 상품시장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