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 유명강사의 특강으로 '고시학원화' 논란을 빚고 있는 일부 로스쿨에 대해 로스쿨평가위원회가 문제를 삼고 징계에 나설 태세다.

한부환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평가위원회 위원장(사진)은 10일 기자와 만나 "고시학원 강사를 모셔다가 변호사시험 준비를 하는 것은 로스쿨 도입취지에 맞지 않다"며 "학생을 가르칠 능력이 없으면 로스쿨 인가를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로스쿨 인가를 기다리는 대학이 많다"며 "평가위원회의 내년 로스쿨 본평가에서 인가 여부를 엄격하게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원기 로스쿨 평가위원회 위원(아주대 로스쿨 원장)도 "학교예산으로 학원강사의 특강을 지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럴 거면 로스쿨을 왜 만들었나"라며 "로스쿨 평가기준에 수업실태를 반영토록 해 입학정원을 감축하거나 인가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부산의 동아대와 영남대 충남대 등 일부 지방 로스쿨은 지난해 겨울방학 기간 중 서울 신림동 고시촌 등 고시학원가의 유명 강사들을 초빙,특강을 개설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배종근 동아대 로스쿨 원장은 "갑자기 로스쿨로 전환하면서 학교도 준비가 덜 된 상태이고,학생들의 실력차가 굉장히 큰 상황에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인원을 변호사시험에 합격시키려면 외부 특강을 끌어오는 등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고시촌 강사들이 실력면에서 국내 어느 대학 교수보다 잘 가르친다"며 "기초실력이 부족한 학생을 가르치겠다는데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일본의 경우 로스쿨 수업을 마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려가 객관식 시험을 준비한다. 미국도 3년간의 로스쿨 정규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바브리(Bar/Bri)라고 불리는 학원에서 6주가량 수험준비에 전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처럼 학교에서 예산을 대지는 않는다. 일본 대동문화대 로스쿨 교수 출신의 고상룡 박사는 "캠퍼스 내에서 학원식으로 수업을 받는다는 것이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사법시험 합격률이 30%를 밑돌면서 일본에서도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편법이 속출하는 것은 사실이다. 로스쿨에서 답안작성 요령을 가르쳤다가 경고를 받은 사례도 있다. 명문대학인 히토쓰바시 대학 로스쿨에서도 커리큐럼을 그럴 듯하게 만들었다가 결국 신사법시험 준비용이라는 판단을 받아 경고를 받았다.

이런 경고가 누적돼 일본변호사협회 소속의 로스쿨 평가단으로 부적합판정을 받으면 인가취소까지는 안 가더라도 학생 1인당 연 40만엔씩 나오는 문부과학성 보조금이 끊기는 등 적지 않은 불이익이 가해진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