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라이벌' SK-코오롱, 水처리 사업서 재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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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물 사업 1위 될 것"…시공·운영 등 수직 계열화
SK, 화학분야와 '시너지'…국내 최대 하수처리업체 운영
SK, 화학분야와 '시너지'…국내 최대 하수처리업체 운영
20세기 섬유 업계의 앙숙이었던 SK와 코오롱이 21세기 신성장 사업의 하나인 수처리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두 그룹은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이 195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일론 직물을 생산하고,한국나이롱(현 코오롱인더스트리)이 1963년 국내 최초의 나일론 원사 공장을 짓는 등 과거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었다. 1990년대 초엔 당시 최첨단 산업이었던 이동통신 진출 과정에서 각축을 벌이기도 했다.
코오롱의 물 사업은 이웅열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으며,SK 측에선 건설 · 케미칼 · 가스를 이끌고 있는 최창원 부회장이 수처리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웅열 회장,"물 사업 1위로"
코오롱은 그룹 차원에서 물 사업을 새로운 먹을거리로 선정하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물 사업은 1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할 만큼 이 분야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주엔 수처리 기자재 전문업체인 코오롱워터텍의 지분을 79.51%까지 늘리며 강한 애착을 보였다.
1970년대 재계 3위권까지 치고 올랐던 코오롱으로선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 줄 성장 동력으로 수처리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코오롱은 2007년 국내 1위의 민간 수처리 운영업체인 EFMC(환경시설관리공사)를 인수하며 약품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부터 시공,IT(정보기술) 분야의 코오롱건설,코오롱베니트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2008년엔 코오롱건설이 설계부터 자재조달,시공 등을 책임지고 EFMC와 코오롱환경서비스가 운영 및 관리를 맡는 방식으로 리비아 하수처리장 사업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코오롱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수처리시설 입찰에선 프랑스,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코오롱의 물 사업은 이제 국내 최고를 넘어서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중국 등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원 부회장의 새 승부수
최창원 부회장에게도 '물'은 계열사들의 미래가 걸려 있는 아이템이다. 지난해 말 지주회사인 SK㈜로부터 SK가스를 넘겨 받아 건설-케미칼-가스로 이어지는 체계를 갖추면서 최 부회장의 수처리 사업 관련 구상도 구체화됐다. SK케미칼이 마땅한 성장동력을 못찾고 있는 데다 SK가스의 액화석유가스(LPG) 사업도 한계에 부딪힘에 따라 두 회사의 장점을 결합해 수처리에서 새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말엔 SK건설과 케미칼이 25%씩 출자해 태영건설과 합작한 하폐수처리전문업체인 엔텍의 이름을 TSK워터로 바꾸고,본사를 SK케미칼 본사가 위치한 판교로 옮기는 등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공공하수처리시설 부문의 국내 최대 업체로 이달 들어 신규 인력 채용 절차도 진행 중이다.
최 부회장은 재계에서 환경 분야에 관심이 높은 대표적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200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하계 포럼에선 환경 문제에 대한 주제발표를 맡아 기업의 책임을 강조했으며,지난해 완공한 SK케미칼 판교 사옥엔 친환경 시스템을 갖추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합성섬유에 기반을 두고 있는 두 그룹이 수처리 사업을 두고 다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두 그룹이 각종 입찰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