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잇따라 러시아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러시아 중앙은행 통계를 인용,"올해 1분기(1~3월) 러시아에서 빠져나간 자금 규모가 210억달러(22조7500억원)로 전년 동기에 유출된 147억달러보다 50%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FT는 또 "골드만삭스 추산에 따르면 4월 마지막주 한 주에만 16억달러가 러시아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지난 3월 43억달러가 러시아에서 유출된 데 이어 4월에는 53억달러의 외국 자본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올해 1월 자본 순유출 규모가 130억달러로 지난해 1분기 유출 규모에 육박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에서 이처럼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정정불안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2008년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대통령이 물러나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만 해도 실질권력이 푸틴에게 유지되며 외국인 투자가 오히려 늘었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최근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 간 알력이 빚어지면서 외국 자본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외자 유치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러시아 정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와 관련,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해외 국부펀드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100억달러(10조84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하고 여기에 국가가 채무를 보증하기로 하는 등 외국인 투자 지원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