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새 감사로 선임됐던 이석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6일 자진 사퇴했다. 이 전 부원장보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후배들과 조직에 부담이 되기 싫어 스스로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절차 철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를 신임 감사로 임명했던 신한은행 주주총회 결정도 자동적으로 백지화됐다.

이 전 부원장보가 감사 자리에서 사실상 자진 사퇴하면서 신한은행을 비롯한 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신한은행은 업무공백을 피하기 위해 당장 새 감사를 찾는 작업에 나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모기업인 신한금융이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어 새 감사 후보를 심의한 다음 이달 말로 예정된 정기이사회 때 최종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며 "새 감사를 임명할 때까지는 원우종 현 감사가 계속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 감사 역시 금감원 감독국장 출신이란 점이 부담이다.

다른 은행들의 고민도 커졌다. 요즘 분위기로는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선임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회사 감사로 재직 중인 금감원 출신 임직원은 여전히 4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주총 의결까지 거쳐 정식으로 업무를 개시한 감사를 지금 교체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감사를 마음대로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불과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금감원 출신 인사를 감사로 선임한 곳들이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재길/류시훈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