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글로벌 업체로 빠르게 성장한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인재 풀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분야에선 전문가 기근현상이 일어나고 있을 정도입니다. "

글로벌 헤드헌팅 겸 리더십 컨설팅 회사인 콘페리인터내셔널 한국지사 새 대표로 선임된 김승종 사장(41 · 사진)은 6일 "국내 기업들의 인재시장 트렌드가 크게 바뀌고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콘페리인터내셔널은 7년간 글로벌 헤드헌팅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계 회사다.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으며 연 매출은 1조원이 넘는다.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급 이상의 헤드헌팅만 한다. 콘페리는 지난 10여년간 미국인 임원을 한국 대표로 기용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인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사장은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인재 수요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험을 가진 젊고 유능한 인재를 임원으로 기용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과거 연공서열에 따른 내부 승진 문화가 바뀌는 것은 역량에 기반해 인재를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은 제품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연구 · 개발(R&D)이나 새 먹을거리를 찾을 수 있는 해외시장 혹은 신사업 전문가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예컨대 LG전자는 글로벌 마케팅을 지향하다가 최근엔 R&D 분야 인재를 보강하는 방향으로 틀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앞으로 콘페리 한국지사를 헤드헌팅뿐 아니라 임원의 리더십 역량을 평가 · 분류하고 리더십 개발을 도와주는 '리더십 컨설팅' 회사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인재상이 바뀌고 리더십을 중시하게 된 것은 바람직하지만 아직 '리더십이 무엇인가'에 대한 체계가 잡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류에 맞춰 강조되는 리더십이 바뀌는 '트렌드'가 있을 뿐,다양한 리더십의 종류와 개인의 특성에 맞는 게 무엇인지 찾는 프로그램은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다는 게 김 사장의 진단이다.

국내 헤드헌팅 회사들의 '구멍가게식 경영'에 대해 그는 매우 비판적이다. 김 사장은 "우리나라의 헤드헌팅사가 600여개에 이른다지만 실질적으로 이력서 중개를 해 주고 있을 뿐"이라며 "개개인을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을 갖고 있어야 진정한 헤드헌팅 회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의 중책을 맡고 있는 이들의 리더십에 따라 회사의 '사운'이 바뀌게 된다"며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리더십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와튼스쿨을 나온 김 사장은 SK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와 액센츄어 베인앤드컴퍼니 등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메트로신문사 대표로 3년간 재직하다 2006년 콘페리에 합류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