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이 우유 생산 과정에서 발암성 물질인 포르말린(포름알데히드의 수용액)이 첨가된 사료를 젖소에게 먹였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1주일이 흐른 지난 4일,농림수산식품부는 긴급 브리핑을 했다. 매일유업 서울우유 남양유업 동원데어리푸드 등 4개 우유업체가 판매하고 있는 9종의 제품에 포름알데히드가 얼마나 들었는지 발표하는 자리였다.

유제품 전체에 소비자의 불신이 확대된 상황이라 기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그러나 발표 시간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농식품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검역원)은 "9종의 우유 제품에서 추출한 45개 시료에서 모두 포름알데히드 성분이 검출됐지만,세계보건기구(WHO)기준(0.013~0.057ppm) 이내여서 매우 안전하다"는 내용의 한 장짜리 보도자료만 읽었다.

곧바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검사한 9개 제품의 이름은 뭔가','각 제품의 포름알데히드 검출량은 얼마나 되나' 등.그러나 농식품부는 "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어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기자들이 "정보 은폐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면서 브리핑이 중단되기까지 했다.

이후 농식품부와 검역원 직원들이 1시간가량 회의를 연 뒤 브리핑을 재개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전체 9개 제품의 명칭이나 제품별 포름알데히드 검출량은 밝히지 않은 채 "9개 제품의 포름알데히드 검출량은 0.002~0.026ppm"이라는 답변만 추가했다.

문제의 발단이 된 매일유업 제품을 포함해 시판 중인 우유 모두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소비자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다. 과학적인 검사 결과라면 보다 투명하게 밝혔어야 했다.

농식품부는 "해당 기업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고 해명했지만,매일유업 우유가 인체에 해로운지 검증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포르말린 사료의 사용 금지를 권고해 피해를 입힌 곳은 다름 아닌 농식품부였다. 파문 이후 대형마트에서 매일유업 제품의 판매량은 3일 평균 27% 감소했다. 과거 '유지 파동' 때처럼 정부의 섣부른 조치와 미숙한 마무리로 업체와 소비자 모두 상처를 입게 됐다.

서보미 경제부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