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아파트 거주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서울 시민의 55% 이상이 아파트에 산다. 1억원 이상의 가계대출을 끼고 있는 집은 몸과 마음의 안식처가 아닌 돈벌이 수단이다. '한국 건축'이 이러한 현실 속에 대안적 삶의 공간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한국 건축에는 돌 하나,나무 한 토막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 우리 건축물 한 채는 단순한 집을 넘어 지혜와 자연의 섭리가 깃든 수천년 문화와 과학의 완결품이다. 최근 한옥 답사기에서부터 한옥을 직접 짓고자 하는 사람들의 한옥 감상기까지 전통 건축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지나치게 인문학적 관점에서만 다뤄지는 한계도 있었다.

《지혜로 지은 집,한국 건축》은 현존하는 한국 건축물의 도면과 사진을 통해 초석과 기단부터 기둥과 장식에 이르는 구조를 분석한다. 저자는 전통 건축을 놀라운 구조와 과학으로 조합된 하나의 실체로 바라본다. 한국 건축의 물리적 뼈대를 이루는 구조와 의장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구조 분석과 개념 해설,풍부한 실물과 도면 자료,건축물 곳곳에 숨은 역사와 지혜를 파헤쳤다.

저자는 한국 전통 건축 1세대 주자이자 최고 권위자인 주남철 교수의 제자로 강화 학사재,서산 해미 미륵사를 시공하고 다수의 문화재 복원 공사에도 참여한 실무형 학자다. 그는 "전문용어 일색으로 실질적인 정보를 얻기에 부족한 학술서와 우리 건축물의 원리,과학성에 대한 갈증을 미처 다 풀어주지 못하는 한옥 감상 서적의 한계를 해소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한옥에 대한 기본 해설서로 심도 있는 한국 건축 도감으로 쓰일 수 있을 만큼 섬세한 구성이 돋보인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