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금융감독원…MB "더이상 못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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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나쁜 관행, 조직적 비리 있었다"
자체 쇄신案 퇴짜…총리실에 개혁TF 설치
자체 쇄신案 퇴짜…총리실에 개혁TF 설치
이명박 대통령이 4일 금융감독원을 찾았다. 이날 오전 7시 청와대 비서실에 "직접 가겠다"고 통보한 뒤 2시간 만에 이뤄진 방문이다. 직접 나서 충격을 주지 않으면 개혁도 안 되고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진단한 것이다. 나아가 정부와 국민 사이의 근본적인 신뢰마저 훼손할 수 있는 위기로 봤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금감원 회의실에서 권혁세 금감원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을 바로 앞에 두고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및 부실 감독 등과 관련,"용서받기 힘든 비리를 저지른 것을 보면서 저 자신도 국민도 분노에 앞서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은 금융감독을 한다는 입장에서,금융감독을 받는 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훨씬 이전부터 나쁜 관행과 조직적 비리가 있었다"고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금감원장이 보고한 쇄신 방안은 면전에서 평가절하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의 손으로 (개혁)하기에는 과거 해오던 관례를 보면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주도로 외부에 의한 금감원의 대대적 개혁 작업을 추진할 것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금융감독기관이) 문제를 못 찾은 것인지,안 찾은 것인지 알 수 없다"며 "10~20년보다 훨씬 전부터 이런 관습은 눈에 보이지 않게 있었고 그것이 쌓여서 오늘 이런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지금 나타나지 않지만 곳곳에 이런 비리와 문제가 잠복해 있을 것"이라며 "여러분은 조직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것은 정부의 지적이 아니라 국민의 지적"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 대통령 방문 직후 △감사추천제 완전 폐지 △전 직원 청렴도 평가 △감찰 강화 및 비리 직원 중징계 등 쇄신 방안을 내놓았다. 금감원 노조도 성명을 통해 "이제 익숙해진 것들과의 결별을 준비해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방문할 정도로 국민의 지탄을 받는 데 대해 깊은 책임을 느낀다"며 "조직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모든 걸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식/류시훈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