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연구소 수준에서 20나노미터(㎚ · 1㎚는 10억분의 1m)급 D램 제품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양산 시점은 올 하반기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3위 D램 제조업체인 일본 엘피다가 25나노 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선 "7월에 양산에 들어가는지 기다려보자"며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회의에서 "엘피다에 뒤진 것 아니냐는 보도를 보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사장은 "엘피다의 주력은 50나노급이고 삼성전자는 40나노,35나노 제품이 주력"이라고 소개한 뒤 "2009년 엘피다가 40나노 제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고 작년엔 30나노 개발을 발표하며 곧바로 출하한다고 했는데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 관계자는 "연구소에서 시제품을 개발한 시점과 제품을 양산하는 시점 사이에 갭(gap)이 있는데 (엘피다의 경우) 그런 문제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삼성전자는 가장 먼저 개발하고 가장 먼저 양산했다"며 "처음에는 우리도 개발과 양산시점간 간격이 좀 있었지만 2007년부터는 연구소의 샘플 개발 수준이 아닌 양산제품을 개발한 시점에 발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엘피다가 7월에 양산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라며 "어쨌든 경쟁사가 있다는 게 긴장도 하게 하고 그런 점에서 좋은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CEO · 사진)은 이날 사장단회의에서 "경쟁사보다 제품 리더십을 갖고 1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1년을 앞서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시장을 주도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자만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1등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일인 만큼 1년 정도는 늘 앞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긴장해야 하며,만에 하나라도 자만하는 순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엘피다가 25나노 D램을 개발, 삼성전자를 앞지르게 됐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은 누가 더 빨리,더 미세한 나노공정을 적용하느냐로 판가름나기 때문에 업체간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웨이퍼 크기가 똑같다고 가정하면 더 미세한 나노공정을 적용할수록 웨이퍼 한 장당 만들 수 있는 칩이 많아져 생산성이 크게 높아진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