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금을 사고 팔면 안될까. 이런 생각을 처음 구체화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2003년 11월 국내 은행 중 최초로 골드뱅킹 상품을 내놨다. 상품명은 '신한골드리슈 금적립'과 '신한골드리슈 금매매' 등 두 종류였다. 귀금속인 금을 새로운 금융 투자자산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후 골드리슈골드테크통장과 달러&골드테크통장,골드기프트서비스 등 다양한 금 관련 상품을 선보였다. 지난달 말 현재 신한은행의 금 관련 계좌 수는 9만3080개에 달하고 있다. 금 잔액은 총중량 기준으로 5257㎏이며,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2819억원어치다.

세계적으로 금값이 치솟자 신한은행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 작년 8월 자행 로고가 새겨진 '신한은행 골드바'를 내놓은 것이다. 국내 은행에선 처음으로 직접 보증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금도 은행권에서 판매 중인 골드바는 스위스의 UBS 등 해외에서 수입한 게 대부분이다. 국내 은행이 자행 로고를 단 금을 직접 거래하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신한은행 골드바는 LS-니코 동제련이 생산하는 순도 99.99%의 실물자산이다. LS-니코 동제련은 전세계 금 현물거래의 기준 역할을 하는 LBMA(런던금시장협회)의 '우수 골드바 제조 리스트(good delivery bar list)'에 등록된 국내 유일의 제조사다.

신한은행은 홍콩 불리온은행을 골드뱅킹 서비스의 롤모델로 삼고 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금을 거래하는 최대 금융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다.

신한은행은 해외에서 수입한 금을 국내산으로 대체해 연간 약 4600만달러(1.2t 기준)의 수입대체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다.

신한은행이 지금까지 판매한 자행 골드바는 총 8777개다. 1㎏짜리 792개,100g짜리 5042개,10g짜리 2973개 등이다. 원화로는 651억원어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변하지 않는 가치인 금에다 신한은행이란 믿음을 새긴 상품으로,자행 로고를 넣어 국가적인 자존심을 높인 계기가 됐다"며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거나 자산분배 차원에서 금을 매입하려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금융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