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로 불리는 한세희 씨(35)가 하이트론씨스템즈를 대량으로 사들여 2대 주주에 올랐다. 이 영향으로 하이트론은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씨는 쌍용머티리얼 태광산업 등을 통해 이미 '실력'을 입증한 사람이다. 그런 만큼 하이트론을 통해 어떤 결과를 낼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씨는 3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주식대량보유 상황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28일부터 3거래일에 걸쳐 하이트론 주식 69만9110주(12.6%)를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했다. 그는 최영덕 사장(15.2%)에 이어 단일주주로는 2대 주주에 올랐다.

미국에 거주 중인 한씨는 2009년 화승인더스트리와 알에스넷을 매집하면서 주목받았다. 작년 4월 사들인 쌍용머티리얼(6.08%)을 통해 35억원(118%)의 평가차익을 올리고 있다. 한씨는 대표적 진보성향 사회학자인 한상진 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아들이다.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중 현대증권 대학생투자대회에서 2등을 차지,전문투자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후 '상한가 따라잡기'란 투자기법과 장기투자로 100억원이 넘는 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 저장장치(DVR) 등 보안장비를 제조 · 판매하는 하이트론은 2000년 이후 10년째 매출이 정체된 상태에서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한씨가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한 지난달 28일부터 3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이 기간 51.8%나 급등했다. 이날 지분 취득 사실이 전해진 후 하이트론은 6.44%(400원) 내린 581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씨는 주식 취득 배경에 대해 "하이트론이 적자를 내는 와중에도 연구개발비를 줄이지 않았다"며 "연간 50억원가량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며 지능형 CCTV 기술 등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익성이 개선되고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며 "주가가 자산가치에 비해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적대적인 인수 · 합병(M&A)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한씨는 "현 경영진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지지하며 우호적인 경영참여를 모색하기 위해 지분을 매집했다"며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회사와 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김홍기 하이트론 재무팀장은 "회사를 좋게 보는 건 나쁘지 않지만 갑작스런 대규모 매수는 당황스럽다"며 "적대적 M&A 가능성은 없지만 향후 어떻게 나올지 두고볼 일"이라고 말했다. 하이트론은 길대호 회장과 2명의 특수관계인이 2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전략적 파트너사인 아이디스도 11.5%를 갖고 있다. 의결권은 없지만 언제든지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사주도 18.8%에 이른다. 이런 지분구조상 적대적 M&A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씨는 2002년 말에도 장기투자를 통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태광산업 주식 1만주가량을 주당 14만원에 샀다가 2007~2008년 주당 80만원 수준에서 팔았다. 차익만 약 64억원 남겼다. 한씨는 "장기투자는 엉덩이 질긴 사람이 이긴다는 것을 이때 처음 배웠다"며 "저평가된 주식은 결국 언젠가는 오른다"고 말했다.

한씨가 태광산업식 장기투자 방법을 하이트론에 적용한 것인지,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